美 금리인상시 세계 부동산·주식·채권 가격 하락할까

美 금리인상시 세계 부동산·주식·채권 가격 하락할까

입력 2015-12-13 14:31
업데이트 2015-12-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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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은 10년 가까이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흘러넘치는 자금에 의해 상승했다.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고 증시 시가총액은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부풀었다.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역대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산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거품이 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천정부지 치솟았던 글로벌 부동산 가격 떨어지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촉발됐다.

이 영향으로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폐가 한 채가 16억원에 팔리고 홍콩에서는 집값이 가구 총 소득의 17배에 달하는 등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를 보면 2000년 당시 전 세계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1분기는 151.3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4분기의 149.29를 넘어섰다.

IMF가 집계한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 가격은 2008년 1분기 159.88로 정점을 찍고 2012년 1분기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150이 넘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주거지 부동산 실질가격은 2011년, 2012년 모두 하락했지만, 이듬해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2분기 116.2(2010년=100)까지 상승했다.

홍콩은 올 2분기 부동산 실질가격 지수가 162.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은 102.4로 소폭 상승했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실질 가치 상승보다는 각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은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스탠더드차타드(SC)도 홍콩, 싱가포르, 중국,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홍콩의 집 가격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에 따르면 홍콩의 집값이 2008년 이래 190% 상승했으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집값은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부동산 가격은 이미 2013년 수준 이래로 8% 하락했지만 앞으로 5∼10% 더 떨어질 것으로 SC는 내다봤다.

◇ “파티는 끝났다” 돈 몰렸던 미국·중국 주식시장도 우려

전 세계 주식시장은 최근 6년간 빠르게 팽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돈이 빠지기 시작한 2008년 말과 비교하면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7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주요 2개국(G2)의 증시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2008년 12월 31일 기준 11조6천억 달러에서 올해 26조1천억 달러로 124.9% 증가했다.

6년간 강세장을 이어가며 거품 논란에 시달렸던 미국 증시는 올해 8월 중국 증시 폭락으로 한 차례 흔들렸지만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등을 합친 중국 증시 시총은 같은 기간에 1조8천억 달러에서 7조5천억 달러로 무려 322.2% 뛰었다.

올해 중국 증시가 하루 8%까지 폭락하기도 했지만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서 부양한 것이 효력을 발휘했다.

한국 거래소의 경우 시총이 5천341억 달러에서 1조2천941억 달러로 늘어 142.3% 증가했다.

이들 주요국을 모두 합한 전 세계 증시 시총은 2008년 12월31일 32조3천억 달러에서 최근에 63조8천억 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덕분에 최대 5배까지 부풀어 오른 주식시장이 한꺼번에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도 저금리 현상 덕분에 기술주에 돈이 몰리면서 ‘닷컴 버블’이 형성됐다가 곧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미국 경제는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증시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증시는 일시적으로 10∼3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유럽 국채 가격 사상 최고…고수익 채권 시장도 불안

버블의 조짐은 부동산과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독일 5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0.1057%를 보였고, 네덜란드의 5년물 국채 수익률도 -0.1044%였다. 국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가격 상승현상은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채권시장에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bp(1bp=0.01%포인트) 하락해 0.54%를 보였다. 이는 10월2일 이래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12bp 하락한 1.54%, 프랑스는 14bp 떨어진 0.86%를 나타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하루 만에 10bp 하락해 2.139%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895%였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8년 중반부터 4% 아래에서 거래됐으며 최근에는 2%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고수익 회사채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고수익 회사채 수익률은 -2%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손실을 보였다.

이 같은 고수익 회사채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1995년 이후 단 4번뿐이다. 이는 경기하강의 전조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수차례에 걸쳐 현재 채권시장이 과거 주식시장 버블과 비슷하다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0년만기 국채) 금리 수준이 4~5%가 돼야 정상적이다”며 “(채권시장) 버블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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