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총알 한발 탓’ 국경 3㎞ 앞에서 탈주극 종료

‘빗나간 총알 한발 탓’ 국경 3㎞ 앞에서 탈주극 종료

입력 2015-06-29 11:39
업데이트 2015-06-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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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탈옥수들이 국경을 지척에 두고 기발한 탈주극을 마감했다.

28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웨트(34)와 리처드 맷(48)은 ‘내일은 없다’는 것을 직감한 듯 끝까지 경찰에 저항했다.

맷은 지난 26일 자신이 탈주한 뉴욕 주에서 북서쪽으로 43㎞, 캐나다 국경에서 16㎞ 떨어진 말론 타운의 숲에서 사살됐다.

차량을 빼앗으려고 쏜 것으로 보이는 맷의 총알 한 발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도록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캠핑차를 모는 한 민간인이 운전 중에 타이어가 터지는 듯한 소음을 들었다.

그는 타이어 펑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확인하고서 다시 13㎞ 정도를 더 달린 뒤에 자동차 상태를 또 살폈다.

캠핑 트레일러에서 총알 구멍이 발견됐다.

맷이 사살된 까닭에 그가 자동차 바퀴, 운전자 등 어디를 겨냥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국경 순찰대는 캠핑차가 총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수색하다가 한 오두막 안에서 화약 냄새를 맡았다.

오두막의 뒷문을 열고 누가 달아난 흔적도 발견됐다.

맷은 근처에 숨어 있다가 기침을 하는 통에 순찰대에 들켰고 손을 들고 투항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총격을 받았다.

부검 결과 맷은 머리에 총알 세 발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몸은 깨끗했고 3주 동안 숲 속에서 생활한 까닭에 다리에 벌레 물린 상처, 찰과상 등을 입었을 뿐 잘 먹고 지낸 것으로 진단됐다.

스웨트는 클린턴교도소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콘스터블 타운에서 뉴욕 주 경찰관 제이 쿡에게 잡혔다. 캐나다 퀘벡주까지 겨우 3㎞ 남겨둔 지점이었다.

맷과 달리 스웨트는 총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쿡은 달아나는 스웨트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자 총을 쐈다. 스웨트는 몸통에 총알 두 발을 맞고 쓰러져 피를 쏟았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미국은 연방, 주 경찰 1천300여명에 수색견까지 동원했으나 지난 6일 탈옥한 이들을 모두 검거하는 데 22일이나 걸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맷과 스웨트가 철로, 전깃줄을 따라 다니며 빽빽한 삼림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캐나다 국경 쪽으로 나아갔다고 추정했다.

이들의 행방에 대한 최초 단서는 지난 22일 교도소에서 서쪽으로 32㎞ 떨어진 뉴욕 주 마운틴 뷰의 숲 속 오두막에서 발견됐다.

탈옥범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에는 맷과 스웨트의 DNA가 발견돼 둘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과 인상이 비슷한 이들을 봤다는 잇따른 제보도 수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찰은 근처 도로를 차단하고 해당 지역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국경 순찰대가 맷을 사살하면서 자세한 위치가 확인되자 함께 움직인 것으로 확인된 스웨트도 ‘독 안에 든 쥐’가 됐다.

맷과 스웨트의 탈옥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기발한 면이 있었다.

전 직장 상사를 토막살인해 25년형을 받은 맷, 경찰관을 죽여 무기징역형을 받은 스웨트가 수감된 교도소는 미국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하다. 1845년 설립 후 170년 동안 탈옥이 한 건도 없을 정도였다.

맷과 스웨트는 간수들과 감정적으로 유대하는 데 집중해 결국 탈옥하는 데 도움을 끌어낸 것으로 뉴욕주 검찰은 보고 있다.

탈옥범들과 성교제 의혹까지 나오는 여성 교도관 조이스 미첼은 쇠톱날과 같은 공구를 햄버거 고기 안에 담아 냉동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맷에게서 작품을 자주 선물받은 남성 교도관 짐 팔머는 이들 공구를 감방으로 배달한 혐의를 사고 있다.

맷과 스웨트는 감방 벽을 뚫고 전동공구로 구멍을 낸 하수관으로 기어들어가 교도소 밖 맨홀을 통해 달아났다. 침대 이불 속에 옷가지를 수북하게 쌓아 이불 속에서 자는 것처럼 꾸며 교도관들의 야간 점검을 피했다.

구멍을 뚫은 하수구에는 교도행정을 비웃듯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와 만화를 새긴 쪽지를 남겼다.

이번 탈옥은 초반에는 영구미제로 남아 제2의 쇼생크 탈출이 될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론적으로 빗나간 총알 한 발 때문에 탈주만큼이나 극적인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고 전례 없는 탈주 행각에 마침표를 찍은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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