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SA,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 3명 6년간 감청”

“미국 NSA,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 3명 6년간 감청”

입력 2015-06-25 07:26
업데이트 2015-06-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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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폭로…올랑드 긴급 안보회의 소집 “안보 위협 행동 용납 못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대통령 3명을 6년 동안 감청했다고 프랑스 신문들이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NSA 감청 의혹에 대해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일간 리베라시옹과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는 감청 대상에 올랑드 대통령을 포함해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는 NSA가 일급비밀로 분류한 문건을 인용, 감청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에는 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그렉시트)과 유로존 경제 위기, 중동평화 과정, 올랑드 정부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와의 관계 등에 관한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2012년 5월 기밀로 분류된 문건을 보면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에서 유로존 위기와 그렉시트와 관련, 독일 야당과 비밀회의를 하기 위해 측근에게 상담하자 측근이 “메르켈 총리가 뒤통수 친 것을 알면 어찌 되겠느냐”며 극구 말린 것으로 나온다.

올랑드 대통령은 앞서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에 집착하고 있고, 의견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서 “그리스와 그리스인들이 매우 걱정되며 극단적인 정당에 투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탄했다고 문건에 적혀 있다.

’사르코지가 자신이 세계를 금융위기에서 구할 유일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제목의 2008년 문건을 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시 위기를 불러일으킨 미국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앞으로 미국이 자신의 충고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3월 문건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양국 정보기관협력을 위한 협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려 했다.

2006년 문건에 따르면 시라크 대통령은 당시 외무장관을 유엔특사로 내보내면서 극도로 세세한 업무지시를 했다. 이는 외무장관이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언급을 자주 해 질책을 받아온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감청은 프랑스 대통령의 휴대전화는 물론 다수의 대통령궁 관리들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AP통신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의 정확성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지만, 크리스틴 흐라픈슨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위키리크스가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이 정확한 것으로 입증됐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폭로한 문건들 역시 신뢰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으로 전했다.

흐라픈슨 대변인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들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를 밝히길 거부했으나 가까운 시기에 더 많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베라시옹은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이 보이는 미국 대사관 꼭대기 층에 감청 장비들이 숨겨져 있다고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24일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장관과 정보기관장을 불러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 뒤 엘리제궁은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서도 “프랑스는 외국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이런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일반적으로 보더라도 (감청은) 용납하기 어려우며 특히 우방 간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제인 하틀리 주프랑스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언론 보도 후 올랑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방 간 용납되지 않는 과거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고 엘리제궁이 성명에서 밝혔다.

엘리제궁은 프랑스 정보 책임자를 미국에 보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앞서 국가안보회의(NSC)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과거에 감청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올랑드 대통령의 대화를 표적으로 삼지 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NSA의 외국 정상 도·감청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3년 10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이 제공한 기밀 자료를 토대로 NSA가 2002년부터 10년 이상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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