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보수 회귀한 호주…무엇이 달라지나

6년만에 보수 회귀한 호주…무엇이 달라지나

입력 2013-09-07 00:00
업데이트 2013-09-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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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난민정책·긴축재정 예고…한호 관계는 큰 변화 없을 듯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야당연합(자유+국민당)이 6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호주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 회귀’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의 자유당과 국민당은 영국으로 치면 보수당, 미국으로 치면 공화당과 유사한 색채를 지닌 보수 정당이다.

서구의 보수 정당이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 자유주의 시장정책, 과도한 복지 축소, 낙태·동성결혼 반대 등을 지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자유·국민 연립정부가 향후 호주를 이끌어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제28대 호주 총리가 될 애벗 대표 본인도 한때 가톨릭 사제가 되려고 했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영국 여왕이 호주의 최고통수권자로 돼있는 입헌군주제를 지지해온 점을 감안할 때 호주의 보수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호주의 경우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 됐던 해상 밀입국 난민과 관련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가 국제사회의 관심거리다.

상대적으로 국토가 넓고 거주 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호주에는 오랜 내전 등으로 자국민의 삶이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파키스탄, 이란 등지에서 연간 2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케빈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2007년 집권 이후 상대적으로 난민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왔으나 갈수록 급증하는 난민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선거 직전 난민 정책을 강경 노선으로 180도 바꿨다.

집권 전부터 이미 군대를 동원해 해상에서 난민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자유·국민 연립이 집권한 이상 호주 정부의 난민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난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도록 규정한 제네바 난민협약을 통째로 무시하는 듯한 호주 정치권의 강경 난민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과연 애벗 대표가 공약대로 난민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당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했던 탄소세와 광산세의 운명도 관심거리다.

중국발(發) 광산붐 덕에 호주 경제가 호황세를 보이던 시절에 도입한 탄소세와 광산세에 대해 애벗 대표는 일관되게 “집권시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호주 경제를 선도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탄소세와 광산세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친기업적 성향의 자유·국민 연립정부가 이를 폐지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노동당 정부 시절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발생한 300억 호주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이른 시일 내에 줄이겠다는 것이 야당연합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만큼 공공부문의 예산 삭감 등을 통한 긴축재정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광산붐이 꺼지면서 호주에 엄습한 경기침체 분위기가 민심 이반 및 노동당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 된 만큼 자유·국민 연립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호주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호주의 대(對)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도 아시아 국가들엔 관심사다.

과거 노동당 정부는 호주의 미래가 아시아에 있다며 ‘아시아 세기의 호주’ 백서를 발표할 정도로 친(親) 아시아 노선을 표방해왔다.

여기에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베이징(北京)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한 러드 전 총리의 개인적 성향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영국 여왕이 호주의 수반인 입헌군주제를 지지하고 대학 시절 로즈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한 애벗 대표가 노동당이 취했던 것 같은 친 아시아 정책을 펼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러드 전 총리는 사위가 중국인일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정치인으로 꼽혔으나 애벗 대표의 경우 아시아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편이다.

호주 자유당 역시 전통적으로 아시아보다는 인종적·언어적으로 한 민족이나 다름없는 미국이나 영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노선을 견지해왔다.

애벗 대표는 자신에 대한 주위의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선거 직전 호주의 국제정치문제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와 한 인터뷰에서 “총리가 되면 아시아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가 전통적으로 외교 정책에 있어서는 초당적 노선을 견지해왔고 외교·통상 분야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아시아 중시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나시대 경제학부 양희승 교수는 “애벗이 총리가 되더라도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 정부가 원자재 수출 중심의 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호 양국간 현안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자유·국민 연립 집권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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