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되어 美에 온 이라크 견공

‘영웅’ 되어 美에 온 이라크 견공

입력 2011-11-14 00:00
업데이트 2011-11-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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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강아지가 생겼는데 내일 사진 보내줄게.”

2007년 5월 4일 이라크에 파병 중이던 23세의 미군 병사 저스틴 롤린스는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 브리트니 머리에게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롤린스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그는 다음 날 도로 순찰 중 이라크 반군의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롤린스의 전우들이 그의 가족에게 보내준 사진 속에서 롤린스는 행복한 표정으로 생후 1주일 된 앳된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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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저스틴 롤린스 미 육군 중사의 여자 친구 브리트니 머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남자 친구 대신 전장에서 돌아온 개를 부둥켜안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2007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저스틴 롤린스 미 육군 중사의 여자 친구 브리트니 머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남자 친구 대신 전장에서 돌아온 개를 부둥켜안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강아지 사진 보내줄게” 마지막 전화

2주 뒤 롤린스의 유해가 고향인 뉴햄프셔에 도착했을 때 한 군 장성이 부모에게 “혹시 원하는 게 있느냐.”라고 물었다. 부모는 지체 없이 롤린스가 안고 있었던 강아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어머니 론다는 “롤린스의 강아지를 얻는다면 롤린스의 일부가 돌아왔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은 난색을 표시했다. 규정상 전쟁터의 동물을 미국으로 이송하는 건 금지돼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뉴햄프셔 상원의원과 주지사 등에게 군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지역 신문을 통해 사연을 알리자 많은 시민들이 편을 들어줬다.

결국 군은 가족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롤린스의 전우들은 먼 길을 떠날 강아지를 깨끗이 목욕시켰다. 자원봉사자들이 댄 비용으로 강아지는 민간 운송업체 항공편을 통해 최근 뉴햄프셔로 왔다. 부모는 강아지의 이름을 ‘히어로’(영웅)라고 지었다.

그리고 지난 9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앞두고 이제는 성인 개가 다 된 히어로와 롤린스의 부모, 여자친구 머리가 알링턴 국립묘지의 롤린스 묘역을 찾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히어로를 실어나를 비싼 항공료는 한 방송사가 후원했다. 그 방송사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14일 방영할 예정이다.

●아들 묘역 찾은 ‘히어로’ 애도하는 듯

히어로는 롤린스의 묘역에 코를 대고 연신 킁킁거렸다. 그런 히어로를 쓰다듬으며 아버지 미첼은 말했다. “저스틴을 다시 만나니 좋으냐. 네 털을 여기 좀 남겨다오. 저스틴이 아마 좋아할 거야.”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1-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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