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의 자손이 많은 건 진화의 법칙

개척자의 자손이 많은 건 진화의 법칙

입력 2011-11-07 00:00
업데이트 2011-1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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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땅에 첫발을 디딘 개척자들은 뒤늦게 따라온 무리보다 많은 자손을 남겼음이 캐나다 퀘벡주 주민들의 유전자 분석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뉴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와 유럽 과학자들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 영역을 확장한 선두 그룹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는 데 성공한 것은 개체 수가 증가하면 자연선택의 법칙이 실현될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퀘벡에서 북쪽으로 170㎞ 떨어진 샤를부아와 사그네이 라크 생장 지역 교구의 1686~1960년 사이 기록을 분석해 17~18세기 이 지역에 처음 정착한 프랑스계 개척민들이 누구와 결혼해 몇 명의 자식을 낳았는지 추적했다.

아름다운 해변 낙농마을인 이 지역의 교구들은 무려 100만 명이 넘는 개인들의 기록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어 혈통 추적에 더할 나위 없는 자료를 제공했다.

연구 결과 첫 번째 정착 그룹의 여성들은 30년 후 2차로 도착한 여성들에 비해 자녀를 15% 많이 낳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개척자 여성들이 일찍 결혼했고 현지의 산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취했기 때문이지만 이들의 자녀 역시 어머니의 다산 경향을 그대로 물려받아 많은 자식을 낳았다.

즉 개척자 세대는 나중에 도착한 세대에 비해 현재 주민들의 유전자에 더 많은 몫을 기여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특정 희귀병 발병 사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도 이런 현상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세대 수명이 훨씬 짧은 다른 동물 종에서는 이미 관찰됐던 것이지만 사람에게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영역으로 종(種)이 이주하면 ‘유전자 서핑’ 현상을 통해 희귀한 돌연변이가 확대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두’(波頭)라고 불리는 선두 그룹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이런 서핑 현상이 더욱 효율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로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연구가 수백 년에 걸친 인간 개체군의 확산을 추적한 것이지만 제한된 지역의 단기적인 인류 진화만을 보여줬을 뿐이라면서 농경사회에서 나타난 이런 연구 결과를 수렵 채집민에까지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류의 성공적인 지구 정착 역사를 보면 우리 조상 중 상당히 많은 수가 이런 파두 그룹의 삶을 살았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지역 확산과 번식을 지향하는 인간의 특성은 고정된 환경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영역 확장 과정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들은 추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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