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외과의 “카다피군 환자 죽이고 싶지만...”

女외과의 “카다피군 환자 죽이고 싶지만...”

입력 2011-09-02 00:00
업데이트 201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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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가르침이 막아” 뒤엉킨 심경 털어놔”카다피 없는 리비아 매우 행복할 것”

리비아 트리폴리의 살라 에딘(Salah eddin) 병원에서 12년째 외과의사로 일해온 모하메드 이남(35.여)은 요즘 견딜 수 없는 심적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한 병동에서 만난 그녀는 “카다피군 병사 환자들을 보면 무섭고 증오심이 든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슬람은 그렇게 하지 말고 동등하게 대하라고 가르쳐 꾹꾹 참고 있다”며 내전에 휩쓸린 모국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외과의로서 일하는 복잡한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녀는 카다피군이 지난 2월 반정부 시위가 일기 시작하면서부터 시민을 무차별 살해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엄마의 삼촌 두 명과 사촌 1명이 죽고, 이웃에서도 많은 사람이 카다피군 저격수들 때문에 숨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한 동네에선 저격수 한 명이 청년 30명을 한꺼번에 죽인 적도 있었는데 피해자들은 단지 벽에 쓰여 있는 낙서 같은 걸 보고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트리폴리에서 많은 가정이 가족을 잃었다. 어떤 집은 3∼4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병원의 한 직원은 자녀 4명을 한꺼번에 잃기도 했다.”

그녀는 특히 “카다피군이 병원을 수시로 찾아와 ‘반군이 오면 치료해주지 말라’고 위협했다”며 “말할 수 없이 무서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카다피군 환자들을 치료해준다는 건 매 순간 참기 어려운 고통 그 자체인 것.

더욱이 아프리카 용병 환자들을 치료해야만 할 때 그녀의 감정은 신앙의 울타리를 뚫고 벗어나는 듯했다.

”카다피 용병들은 리비아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쏴 죽였다. 한 달에 3천∼5천 디나르를 받고 그렇게 한 짓이다. 우리 국민을 죽여놓고 카다피군이 아니라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무섭고 죽이고 싶지만, 이슬람에선 차별하지 말라고 해서 잘 대해주고 있다. 신이 그들을 처벌할 것이다.”

그녀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느라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토해냈다.

그러면서 “용병들이 잘 치료받고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단호히 밝혔다.

여동생과 남동생을 둔 그녀는 카다피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차드나 수단인들을 리비아에 초대해 함께 살려고 했다면서 오일머니로 용병들을 쓰고 있었던 데 대해 분노했다.

그녀의 월급은 180디나르다. 지난 1999~2001년 3년동안 월급을 못 받은 적도 있었다. 여동생은 치과의사인데 4년째 일자리가 없는 상태이고 남동생도 실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지금의 리비아는 희망이 있어 보인다.

그녀는 “외국 TV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리비아 내전 상황을 지켜봤고, 반군이 트리폴리를 함락할 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음식을 나눠줬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녀는 “앞으로 카다피 없는 리비아는 매우 행복할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아이들 그리고 젊은 세대를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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