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지지”

클린턴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지지”

입력 2011-06-23 00:00
업데이트 2011-06-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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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서방서 여성 선동” 의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존경받는 여성 지도자’와 ‘미국 최고위 외교관’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단체 회원들이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사우디 정부를 비판해 달라.”고 호소하면서다. 마음 같아서야 사우디 왕정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싶겠지만, 외교관으로서 전통적 우방을 쏘아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사우디 여성의 운전을 허(許)하라.”며 보편 인권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애써 톤을 조절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클린턴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운전할 권리를 희망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여성들이 ‘여성 운전 금지제 철폐를 공개 지지해 달라.’며 그에게 서한을 보내자 공개 지지로 화답한 것이다.

사우디에서는 지난달 한 여성이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렸다가 체포된 이후 여성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여성 운전금지제 철폐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행동은 용감하며 옳다. 그들의 노력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7일에도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과 통화하던 중 여성 운전 금지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 탓에 미국과 사우디 간 외교 균열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전통적 맹방이었던 양국은 올 들어 중동 지역에 ‘재스민 혁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을 보이며 줄곧 마찰을 빚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 측은 “사우디 여성들이 운전 금지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스스로 결단한 일일 뿐 미국과 연관돼 있지 않다.”고 애써 강조했다. 사우디는 서방 세력이 개입해 자국 여성들의 반발을 부추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평소 “퇴임 뒤 대선에 나서지 않는 대신 여성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겠다.”고 밝힐 만큼 여성권익운동에 적극적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6-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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