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흑인비율 가장 많은 姓은 ‘워싱턴’

미국서 흑인비율 가장 많은 姓은 ‘워싱턴’

입력 2011-02-22 00:00
업데이트 2011-02-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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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주였지만 노예제 근절 신념가진 건국아버지“노예해방 링컨 姓 흑인 비율은 14%..워싱턴은 95%(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덴젤 워싱턴,부커 워싱턴,다이너 워싱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답은 흑인이면서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같은 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덴젤 워싱턴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명배우이고,부커 워싱턴은 19세기말 20세기초 활약한 미국 교육자이며,다이너 워싱턴은 대표적인 흑인 블루스 여가수이다.

 그런데 이들 흑인들이 어떻게 백인인 조지 워싱턴과 같은 성을 갖게 됐을까.

 21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2000년 미국 센서스 조사 결과 워싱턴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16만3천36명으로 파악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중 90%인 14만6천520명이 아프리칸 아메리칸,즉 흑인이었다.특히 워싱턴 성(姓)은 다른 어떤 성보다도 흑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워싱턴 성을 가진 백인은 불과 5%인 8천813명이었다.나머지는 히스패닉,아시아.태평양계 등 여러 인종이 나눠 분포했다.

 흑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남북전쟁으로 인한 노예해방이후 모든 흑인들이 성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많은 흑인들이 워싱턴을 자신의 성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역사학자들은 전했다.

 이는 미국의 노예제도 역사,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삶에서 비롯된 역사적 뿌리가 있다.

 미국 건국전 버지니아주 최고 부호였던 조지 워싱턴은 많은 노예를 거느린 노예주이기도 했다.1759년 돈많은 미망인 마사와 결혼했을 때는 3천명이 넘는 노예를 데리고 있었다.

 최근 조지 워싱턴 전기 ‘워싱턴의 삶’(Washington : A Life)를 펴낸 저술가 론 처노는 ”워싱턴은 신생 미국의 자유정신과 노예제는 상충된다고 믿게됐지만,노예는 그의 부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노예제과 결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은 노예를 고용했지만 ‘가혹한 노예주’는 아니었다고 한다.노예들에게 좋은 음식을 주고 아플 때는 보살폈고,결혼도 허용했고,함부로 팔아 가족들이 이별하는 노예가 없도록 했다.

 그런 반면 노예제 자체를 허물지는 않았다.워싱턴은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노예들이 집무실이 있었던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와 버지니아 농장으로 주기적으로 순환근무토록 했다.펜실베이니아에 6개월간 거주하면 노예를 해방시키도록 한 주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처노는 ”워싱턴은 이론적으로는 노예제를 반대했지만 실생활에서는 도망간 노예를 잡아오는 등 노예제도 면에서는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에서 물러나 사저인 버지니아 마운트 버논에서 말년을 보낼 무렵에는 ”노예제를 근절하는 것만이 미 연방을 존속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는 유서에도 그의 부인이 숨진 뒤에 자신이 데리고 있던 모든 노예들을 자유롭게 하고 어린 흑인노예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처노는 ”워싱턴은 장차 두 인종이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대통령 재임중 노예를 소유했던 8명의 대통령중 나중에 이들을 모두 해방시킨 대통령은 워싱턴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라는 성을 가진 흑인들이 왜 노예해방이후 이 성을 택했는지 이유는 분분하다.

 조지 워싱턴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일 수도 있고,유력자인 워싱턴 가문과의 연계성을 과시해 ‘보호막’을 삼으려 했거나 또는 미국 건국 아버지의 성을 좇음으로써 흑인으로 미국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담으려 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들이 있다.

 워싱턴대 역사학 교수 아담 굿하트는 ”워싱턴이라는 성을 택한 것은 미국 역사와 정치에 대한 자각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 흑인들은 어떻게 미국인이 될 것인지를 고민했고 이름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센서스에서 워싱턴은 미국의 성 가운데 138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성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성에 이어 흑인비율이 두 번째로 많은 성은 제퍼슨(75% 흑인)이었고,노예해방을 선언한 링컨의 성은 흑인비율이 불과 14%였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태어난 날을 기념한 연방정부 공휴일인 ‘프레지던트 데이’인 21일 그가 말년을 보낸 마운트 버논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열렸다.물론 많은 아프리칸-아메리칸들도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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