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터넷에 ‘재스민 혁명’ 선동글 등장

中인터넷에 ‘재스민 혁명’ 선동글 등장

입력 2011-02-20 00:00
업데이트 2011-02-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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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당국 긴장…재스민 등 관련어 ‘금칙어’로 지정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재스민 혁명’ 열기가 뜨겁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인터넷에서 재스민 혁명을 선동하는 글이 등장해 검열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19일부터 트위터와 유사한 소셜네트위킹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중심으로 20일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12개 주요 도시에서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이 글이 나타난 19일은 공교롭게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전국의 성(省)과 중앙부처의 주요 간부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회관리체계 확립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날이다.

 이 글은 “우리는 실업 노동자들과 강제 철거민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일당독재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자유를 요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동 글은 구체적 시위 구호로 ‘우리는 먹을 것을 원한다’,‘우리는 일하고 싶다’,‘우리는 집을 원한다’,‘우리는 정의를 원한다’,‘우리는 장기적인 자유과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을 제시했다.

 이 글은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웹사이트인 보쉰(Boxun.com)에 처음 게시된 후 중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바깥에서 활동하는 민주화 세력이 유포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 시위를 요구한 것이 아닌 일종의 ‘행위 예술’이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 선동 글은 시위 장소,시간,요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데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등 서민들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공안 등 관련 당국은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엄정히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현재 시나닷컴 등 주요 포털 검색사이트와 웨이보에서는 영어 단어 ‘jasmine’,‘jasmine revolution’ 등을 검색창에 넣으면 오류 창이 뜬다.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茉莉花)’나 ‘모리화 혁명’,‘혁명’과 같은 중국어 단어도 역시 일시적으로 검색되지 않고 있어 당국이 금칙어로 설정해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만리방화벽’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중국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 조치 탓인지 지금은 중국 인터넷에서 시위 선동 글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렇지만 공안은 인터넷 선동 글을 본 네티즌이 오프라인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경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권 활동가와 변호사 등 민주화 인사 수십명을 체포하거나 가택 연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권 변호사인 니위란은 AFP통신과 전화에서 “많은 활동가가 공안에 붙잡혀 사라지거나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 있는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는 중국 전역에서 공안에 붙잡히거나 가택 연금에 처해진 사람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혹시 자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최근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서 재스민 혁명이 성공하고 시위 열기가 인근 국가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재스민 혁명과 관련해 ‘안정과 사회질서 회복을 바란다’는 보수적 입장만 내놓고 있으며 주요 관영 매체들도 시위와 정권 교체로 인한 사회 불안과 혼란에 초첨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의 재스민 혁명에 불을 부은 것으로 평가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위력을 두려워해 중국 내 영업을 금지한 상태지만 4억에 달하는 중국 네티즌은 촘촘한 검열망 속에서도 토종 SNS인 웨이보와 메신저 등을 통해 ‘인터넷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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