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컴백’ ‘재결합’ ‘퓨전 사극’

하반기 안방극장이 일제히 분위기 반전에 들어간다. 무겁고 심각한 장르물 위주였던 상반기와는 사뭇 달라진다. 방송사들이 너나없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상반기 흥행 성적을 뒤집어 보겠다는 각오다. 트렌드로 잡히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멜로 장르, 퓨전 사극, 흥행 검증을 받은 남녀 주인공의 재결합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운명처럼 널 사랑해’
‘조선 총잡이’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는 변화는 뭐니뭐니 해도 멜로의 컴백이다. 상반기 ‘신의 선물-14일’과 ‘쓰리 데이즈’로 장르물의 유행을 주도했던 SBS는 새달부터 월~목 밤 10시대 미니시리즈를 모두 멜로물로 채운다. 최대 기대작은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제). 지난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정통 멜로 붐을 일으켰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이 1년 만에 다시 내놓는 야심작이다. 인기 추리소설 작가 겸 라디오 DJ(조인성)와 겉은 차갑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정신과 의사(공효진)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로맨틱 멘탈 클리닉’을 모토로 내세운 이 작품은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닥터 이방인’ 후속으로 다음달 선보일 새 월화드라마 ‘유혹’(가제)은 멜로 색채가 좀 더 짙다. 빚더미에 몰려 벼랑 끝에 놓인 남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는 내용으로 권상우, 최지우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이들이 호흡을 맞추는 것은 한류 드라마의 원조 격인 ‘천국의 계단’ 이후 11년 만이다.

한동안 복수극만 내놓았던 KBS도 멜로로 반전을 노린다. 23일 첫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몰락한 스타 뮤지션 장준현(지현우)이 악연으로 얽힌 억척녀 최춘희(정은지)를 트로트 스타로 키우면서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높다.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어제의 커플’들이 다시 남녀 주인공으로 손을 잡는 것도 주요 트렌드다. ‘개과천선’ 후속으로 새달 2일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주인공 장혁과 장나라는 2002년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다시 뭉쳤다. 당시 캔디형 여주인공과 재벌 2세를 연기했던 이들이 이번엔 착한 게 유일한 개성인 여자와 잘못된 결혼으로 후계자에서 밀려날 위기의 재벌 3세 역으로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다.

25일 방송되는 KBS 새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의 이준기와 남상미도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7년 만에 재결합한다. 개화기 조선을 배경으로 액션 활극에 감성 로맨스를 더한 퓨전 사극이다. 8월 방송 예정인 KBS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가제)에서는 7년 전 드라마 ‘케세라세라’에서 호흡을 맞춘 에릭과 정유미 커플이 의기투합한다.

왕년의 드라마 주인공 커플이 다시 뭉치는 것은 이점이 적지 않다. 따로 호흡을 맞추는 워밍업 단계 없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최대 장점이다. 지난 19일 열린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이준기는 상대역인 남상미에 대해 “오래 지켜봐 온 연인처럼 촬영 현장에서도 금세 편해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퓨전사극도 하반기 드라마의 대세다. 새달 선보이는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 일지’는 조선시대에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통행금지 시간에 귀신을 잡던 방범 순찰대인 야경꾼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다. 한국판 ‘고스트 바스터즈’로 기대를 모은다. 귀신을 보는 능력이 생겨 야경꾼이 된 후 불량 왕자에서 적통 왕자로 거듭나는 주인공은 정일우가 맡았다. tvN에서 8월 방송될 예정인 사극 ‘삼총사’는 동명의 서양 고전을 조선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 될 예정이다. 조선 최고의 검색과 첩자들이 펼치는 호쾌한 액션 로맨스 활극으로 씨엔블루의 정용화, 양동근, 이진욱이 호흡을 맞춘다.

마니아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물이 득세한 상반기는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전례 없는 시청률 고전에 시달렸다.

함영훈 KBS 드라마국 기획팀장은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드라마 결방 사태 등 악재가 겹친 데다 방송사들이 대개 하반기에 주력 작품을 내놓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흥행작으로 검증받은 감독과 배우의 재결합, 대중적 장르 선택 등으로 드라마 힘겨루기는 지금부터 본격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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