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14일 밤 8시 50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犬). 하지만 우리는 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EBS의 ‘하나뿐인 지구’는 홀로 집에 남은 개들의 분리불안 상태를 집중 분석한다. 반려견을 봉제인형쯤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br>EBS 제공


EBS의 ‘하나뿐인 지구’는 14일 밤 8시 50분 주인이 떠난 뒤 홀로 집에 남은 개들의 모습을 관찰 카메라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6대의 관찰 카메라는 혼자 남은 개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영상으로 보여 준다. 스트레스 분석을 위해 심박수 측정기까지 동원한 프로그램은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10마리 중 3마리가 겪고 있는 ‘분리장애’다. 이번 주 프로그램 제목인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그래서 함의가 적지 않다.

혼자 남은 개들은 주인 없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늑대처럼 울부짖는 하울링을 하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이 오기만 기다리며 문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주인이 있을 때는 짖는 법이 거의 없던 개들조차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주인을 찾는 행동을 보였다.

개들이 외로움을 이겨 내는 방법은 또 있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인의 냄새가 나는 가방이나 화장품을 물어 오는가 하면,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배변 행위를 반복했다. 반려견들이 평소 관심과 사랑을 받다가 주인이 집을 비우기만 하면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이유였다.

이런 개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문 곳은 바로 현관문 앞.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낑낑대거나 문을 긁고 웅크리고 앉아 하염없이 문만 응시했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관찰한 3마리의 개 모두 주인과 분리불안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희명 교수팀은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을 위해 개들에게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다. 개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다. 주인이 곁에 있을 때 120~130회의 심박수를 유지하던 개들은 주인이 홀로 집을 나서자 최대 240회까지 심박수가 상승했다.

그렇다면 반려견들이 왜 이런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걸까. 전문가들은 생후 3~14주 사이 자신과 같은 종과 함께 살아갈 기회를 놓친 개들이 제대로 된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거치지 못하면서 사회화 과정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견 입양 문화가 조성되지 않아 사회화의 중요성이나 입양 전 보호자 교육도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입양해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도 불과 12%에 그치고 있다. 아무런 감정 없이 개를 움직이는 봉제인형쯤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는 과연 건강한 것일까. 프로그램은 ‘당신의 개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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