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읽기/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읽기/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입력 2013-07-25 00:00
업데이트 201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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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승리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선거 이후 아베 총리가 어떠한 정책 노선을 취할지는 누구도 섣불리 진단할 수 없었다. 아베가 전후 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우파의 독선과 경제 회복을 염원하는 서민의 모습 중 어디를 택할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자민당이 65석, 공명당이 11석을 차지함으로써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정국운영에서 절대 안정다수를 확보하게 되었다. 중의원은 지난해 12월 총선거에서 이미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 상태이다. 반면 자민당 정권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과 비슷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양당시대의 문을 닫는 운명이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일본 정치에서도 보기 드문 자민당 일강 권력시대를 연 것이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난립하는 야당으로 인해 자민당 정권은 더욱더 강해졌다. 더욱이 파벌의 기능이 약화된 자민당은 이제 아베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반주류 세력조차 없어졌다. 앞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아베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베가 2016년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을 도중에 해산(총선거 실시)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향후 3년가량은 ‘아베 천하’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주목되는 점은 아베 총리가 염원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모두의 당 등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개헌 발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전후 처음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이 현실감을 띠게 되었다. 그 최대의 초점은 헌법의 절차법을 다루는 96조의 개정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중·참 양원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해진 개헌 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완화시키는 것을 공약으로 명기했다.

그러나 개헌 세력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베가 노리는 것은 헌법 9조의 개정을 통하여 군대를 가짐으로써 전후 체제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본유신회는 자민당과 마찬가지로 9조 개정을 주장하지만, 개헌의 목적으로는 총리 공선제나 도주제 등 정치체제 전반의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조직한 공명당은 환경권 등을 더한 ‘가헌’(加憲)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96조 개정에서는 ‘개정의 내용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다’라며 애매한 태도이다. 또한 모두의 당은 96조의 발의 요건 완화에는 긍정적이지만 관료제도나 지방주의의 개혁 등을 개헌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어 자민당, 일본유신회와는 다르다. 앞으로 아베가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합의를 만들어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인지에 일본 정치권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가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베 총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념 지향의 헌법 개정은 국민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경제우선 정책과는 상반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아베가 전후 체제 탈각을 위해 헌법 개정을 전면에 내세우면 결국 2006년 제1기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제2기 아베 정권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아베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베는 헌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먼저 경제 우선 정책을 통하여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할 것이다. 아베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 당내 우익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장기집권도 노릴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베노믹스를 통한 장밋빛 기대를 현실적인 성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만큼 아베가 꿈꾸는 장기집권의 꿈은 3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결국 우파들의 요구를 아베가 더 이상 무마할 수 없게 됨으로써 아베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통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불행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2013-07-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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