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1-06-07 00:00
업데이트 2011-06-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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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명된 후 4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는 우리 측이 FTA 비준을 더 이상 늦추는 일은 결국 FTA 좌초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번 추가협상을 통해 우리 측이 허용한 자동차 분야의 커다란 양보도 FTA 발효 지연으로 인한 기회비용에 비하면 작은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비준 반대 태세를 강화화고 있으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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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측은 FTA 이행법률안을 곧 의회에 상정할 방침을 굳히고, 민주당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무역조정지원(제조업과 서비스분야에서의 FTA로 인한 피해 보상제도)에 대한 합의 도출에 고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민 대다수는 FTA로 인한 경제성장에는 기대를 걸고 있으나,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및 콜롬비아와의 FTA로 인해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할 급격한 실직문제에 대해 미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FTA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의회와 정부가 무역조정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지원 폭과 적용기간에 대한 공화, 민주당 간의 이견을 좁히는 일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한·미 FTA 상호 비준 게임의 공은 우리 코트로 넘어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데, 책임 있는 제1야당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 지지로 돌아설 경우, 야권 내부에서 발생할 비난과 분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재재협상’ 방안을 제시하여 무너진 이익의 균형을 회복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FTA의 재재협상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설령 우리 정부가 야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재협상안을 미측에 제시하더라도 미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이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동시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재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전체 일정이 불확실한 미래의 시점으로 지연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국 모두 의회절차를 내년 이후로 넘기는 수밖에 없게 되는데, 대선정국에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하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FTA 비준문제는 다시 2~3년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러면 재재협상의 의제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허용 문제가 맞물리게 되는 등 FTA 비준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재재협상 요구는 양국의 통상일정 지연과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킬 뿐,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FTA 비준안과 여타 국내 입법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국회에서 논의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2006년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25% 매출 감소, 30% 고용 감소)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현상유지형 지원 위주여서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여 FTA 피해계층의 장기적 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 지원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제조업 분야의 ‘동반성장’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고안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야권으로 하여금 FTA 지지의 명분을 찾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상협상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배분을 법제화하는 통상절차법 제정 문제도 야권을 달랠 수 있는 카드다. 한·미 FTA 협상과 재협상, 쇠고기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해 투명성 부족과 정부의 권위주의적 협상태도를 비판해온 야당이 통상절차법 제정을 하나의 전리품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도 여야 협력을 통해 역사적인 한·미 FTA 비준과정을 순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가능하고 실현가능한 주제의 범위를 확정하고 그 안에서 여야가 타협함으로써 명분을 교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1-06-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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