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아직 경기회복세 낙관하긴 이르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아직 경기회복세 낙관하긴 이르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입력 2010-05-17 00:00
업데이트 201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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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청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생산, 투자, 수출, 고용 등 실물경제지표들의 고공행진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 보이는 것 같다. 여기에 그동안 걱정해 왔던 남유럽발 재정위기라는 대외불안요인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안을 내놓으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조만간 금리인상의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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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그러나 경제지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경기회복세를 낙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우선 올 1분기 7.8%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 -4.3%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基底)효과가 커 보인다.

또한 28.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1분기 경제성장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던 실질 설비투자도 22조 8000억원으로 재작년 1분기 23조원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작년에 매우 부진했던 투자가 금년 들어 재작년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년 1∼4월 수출도 1412억달러를 기록하면서 34.8%나 빠르게 증가해 우리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지만 재작년 같은 기간의 1373억달러와 비교하면 2.9% 증가에 불과하다. 더욱이 4월 달러표시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31.5%나 증가했지만 원화표시로는 환율하락으로 인해 9.5%의 증가에 그쳤다. 향후 원화가치가 절상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을 고려할 때 수출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생각보다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단순히 지나칠 내용은 아닌 듯싶다.

4월 취업자 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0만 1000명이나 늘어나면서 5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고용상황도 경기회복을 방증하는 분명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늘어난 일자리의 75% 정도가 민간부문에서 만든 것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개선이 작년 4월 18만 7000명이 줄었던 데 힘입은 바가 있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근에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실물지표들은 실질적인 경기회복세를 어느 정도 반영하기도 하지만 작년에 워낙 나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그동안 불확실한 부분이었던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7500억유로의 안정기금 조성이 발표되면서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조상과 자연이 만들어준 관광, 농산물 등을 제외하곤 특별한 경쟁력이 없어 제조업 기반이 기본적으로 취약한 데다 자국의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유로화의 구조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환율의 자동경기조절기능이 없어 최근까지 우리 경제가 누렸던 환율하락에 따른 실물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EU 27개 회원국 중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이들 세 나라의 지나친 복지를 국민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복지지출을 줄이는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대폭 감축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해결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유럽 재정위기는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재발될 수 있는 세계경제 불안의 살아 있는 불씨로 봐야 한다. 여기에 원화가치 절상,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 700조원이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 중국의 긴축정책 등이 향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선 대공황 당시 미국이나 1980년대 말 일본 등과 같이 경제위기 후 경기회복 초기에 섣부른 정책전환으로 인해 장기침체에 빠졌던 외국사례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에 유의하면서 경기회복세를 좀더 지켜보고 민간경제의 자생적인 회복력을 신중하게 확인한 후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정책기조의 전환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2010-05-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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