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위점타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위점타원/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1-04-29 17:18
업데이트 2021-04-3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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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명보가 얼마 전 사설에 인용한 ‘위점타원’(圍點打援)이란 전법은 생각할수록 소름끼친다. 공격하려는 특정 지점을 대량의 병력으로 포위하고는 원군을 차단해 섬멸한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나온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명보는 주목했다. 1969년 미일 성명 이후 52년 만에 일본 총리가 대만을 언급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도 대만을 최대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중국을 의식해 표현을 꺼리던 일본이 대만 공동 방어를 연상시키는 말로 중화권의 콧털을 자극한 셈이다.

명보는 “일본이 미국의 일본 보호 역할을 과대평가했든, 중국의 주권 방어 의지를 과소평가했든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중국이 위점타원 전술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중국은 먼저 일본을 제압한 뒤 미국과 물어뜯고 싸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은 잘못 둔 수로 자기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47년 중국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이 중화민국 장제스 총통이 이끄는 국군의 최정예 부대인 74사단을 산둥 멍량구 산악 지역에 몰아넣고 괴멸시킬 때 쓴 전법이 위점타원이다. 해방군은 74사단의 예봉을 꺾지 않으면 승기를 잡지 못한다고 봤다. 74사단이 있던 멍량구를 5배에 이르는 대군으로 포위하고 지원군을 철저히 차단했다.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74사단은 해방군과 홀로 싸웠지만 총공세를 버텨 내지 못했다.

위점타원을 미일에 적용하면 중국이 미국의 대일 지원을 차단하고 일본을 공격하는 형태가 된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돼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과 군사 일체화하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미국을 도울 공산이 크다. 현재로선 미중 군사 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본보기로 중국이 중일의 영토 분쟁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군사행동과 대일 경제제재로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경북 상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비롯해 중국인의 한국 관광 제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집요한 괴롭힘 등 전방위 제재를 가한 것도 일종의 위점타원이다. 호주가 코로나19 초기 중국에 발병 원인 규명을 요구하자 중국이 대호주 무역 제재를 가한 것도 대중 포위망에 참가한 국가들에 대한 변형된 위점타원이랄 수 있다.

미중 사이에 낀 외교의 난제를 여러 국가가 겪는다. 한국의 전직 외교관이 “미국이 3시, 중국이 9시라면 한국은 1시 방향 정책을 써야 한다”고 했지만, 그 1시란 게 현실 외교에서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참으로 어렵다.

marry04@seoul.co.kr
2021-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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