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군인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했다. 총탄을 뚫고 넘어올 만큼 자유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것이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입국한 탈북자 수가 3만명에 이른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 이탈 주민 189명이 생활하고 있는 마포구에서는 올 8월 북한 이탈 주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믿기 어려운 실상과 북에 남은 가족 이야기도 들었다. 낯선 남한 땅에 와 정착하기까지 고단함도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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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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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오래전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믿었다. 그러나 남북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북한의 핵보유, 주변 국가와의 이해관계, 통일에 대한 의식 변화 등으로 지금은 통일이 멀리 있는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전쟁의 참화를 겪은 전쟁 세대로서 오로지 평화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서독의 마지막 총리이자 통일 독일의 초대 총리인 헬무트 콜 총리는 연설에서 “지금 통일 열차가 오고 있는데, 타지 않으면 그 열차는 언제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 지구상 분단 국가는 우리나라가 마지막이다. 이념 투쟁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향후 통일의 물꼬가 트여 중앙 정부가 대북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구는 앞서 2013년 2월 ‘서울특별시 마포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및 통일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남북 관계의 변화로 육로가 개통될 경우 지리적 위치상 마포가 통일시대 수도로 통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고려도 있었다.
조례는 마포구와 북한 주민 간 남북 교류 협력, 인도주의적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는 2014년부터 꾸준히 모아 현재 2억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적립했다. 2015년에는 통일 염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은 자매결연 형태로 도시 간 교류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고 한다. 1985년 지방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몇 년 후 급작스런 통일이 이뤄졌다. 이따금씩 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KTX를 타고 북으로 가는 상상을 해 본다. 마포에서 개성을 지나 평양과 신의주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서유럽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동족상잔 전쟁의 참화 속에서 겪었던 고통도 한순간 녹아 버릴 것만 같다.
2017-12-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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