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임위 독식” 巨野 힘자랑, 총선 민의 아니다

[사설] “상임위 독식” 巨野 힘자랑, 총선 민의 아니다

입력 2024-04-19 01:46
수정 2024-04-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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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압승, ‘입법 폭주 면허증’ 아냐
‘與 분발 野 협치’ 민심 오독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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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빈자리
여당의 빈자리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 자리가 텅 비어있다. 이날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 등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연합뉴스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하며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당 중진인 김태년 의원은 그제 22대 국회 원구성과 관련해 “(국회 18개 상임위는) 한 당이 다 가져도 된다”며 4년 전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을 주장했다. 이에 홍익표 원내대표는 어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는 이번에는 꼭 민주당이 갖는 게 맞다”고 응수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갖는 관례를 무시하겠다는 얘기다.

단독 입법 움직임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일부 수정해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 등 다른 4개 법안과 함께 어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채상병특검법·전세사기특별법·이태원특별법도 다음달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사위에 막혔던 법안을 마치 한풀이하듯 처리하며 힘자랑에만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국회를 운영하는 기본원칙이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에서 맡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 특히 운영위원장은 운영위 피감기관에 대통령실이 포함돼 있어 여당 몫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를 무시하고 “다 가져도 된다”는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입법권력을 남용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즉각 이행해야 한다며 정부에다 13조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을 압박하고 있다. 안 그래도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의 3중고 속에서 국가부채도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 가는 마당에 대체 나라 살림은 어찌 꾸리자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치는 마약”이라고 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가슴이 콱 막히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폭주에 가슴이 답답한 것은 오히려 국민이다.

국민은 범야권에 압도적 의석을 몰아주면서도 개헌 추진이나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힘은 허용하지 않았다. 여야 득표율 차도 5.4% 포인트에 불과하다. 정부에 회초리를 들면서도 야당에 협치를 주문한 것이다. 민심을 오독하지 말기 바란다.
2024-04-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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