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규순환출자 금지, 기업 투명성 높일 계기되길

[사설] 신규순환출자 금지, 기업 투명성 높일 계기되길

입력 2013-12-25 00:00
업데이트 2013-12-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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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엊그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올해 안에 본회의 의결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 금지는 대선 공약이며 경제 민주화의 핵심 사항이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해야 한다던 야당이 양보하고 여당도 예외 조항에서 한 발짝 물러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재벌 총수의 편법적인 지배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완화된 법안임에도 재계는 아직도 불만이 많아 시빗거리가 남아 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집단에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 1%를 갖지 않은 재벌 총수가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이 돼 왔다. 또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거나 편법적인 상속이나 증여의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이 법안은 이런 부(富)의 집중을 규제하는 장치다. 순환출자의 폐단은 동양그룹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수가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장악해서 계열사끼리 부당한 지원을 하게 하고 출자 고리가 동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는 69개인데 그중에 14개가 동양그룹의 것이었다.

그러나 신규만 금하고 기존 출자는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미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춘 삼성이나 현대차 등 대재벌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그런데도 재계가 이런 정도의 규제에 대해서 반발하는 것은 지나치다. 재계는 투자가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순환출자를 설비 투자에 활용한 예는 거의 없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단은 순환출자 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즉, 순환출자는 재계가 주장하듯이 선의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재벌도 마찬가지다. 순환출자를 이용한 재벌 총수의 일사불란한 리더십이 경제 발전에 적잖은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거대 재벌은 부를 집중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는 취지가 그런 것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되기 바란다. 재계도 대승적 자세로 개정안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2013-1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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