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용 학력파괴 민간부문까지 확대돼야

[사설] 채용 학력파괴 민간부문까지 확대돼야

입력 2011-06-20 00:00
업데이트 2011-06-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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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은행에서 고졸 은행원 20명을 채용한 데 이어 KT도 통신 상품판매, 개통, 사후서비스(AS) 등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서비스 직군에 300명을 공채하면서 사실상 학력 파괴를 선언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확산 및 대졸 청년실업문제가 맞물리면서 넘쳐나는 대졸 취업희망자로 인해 고졸 학력자는 취업문턱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고졸자에게도 취업 문호를 개방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고졸 취업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 인플레 국가이다. 1000만원이 넘는 대학등록금 때문에 가계채무는 날로 늘어만 간다. 아르바이트로 학비 벌기에 급급한 대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로 전락하지만 안정된 일자리는 구할 수도 없는 답답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고학력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학력이 도리어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고학력화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유랑계층을 양산한다. 사회 안정성과 건강성이 훼손되고 국민의 행복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대학등록금과 과잉학력 문제를 적잖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행, KT에서 시작된 학력 파괴가 민간부문으로까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자면 학력 간 과도한 임금 격차도 획기적으로 시정돼야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차별받지 않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채용 학력 파괴다.
2011-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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