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교협의 대학평가·인증제 과연 문제 없나

[사설] 대교협의 대학평가·인증제 과연 문제 없나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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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대학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평가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증 기준을 정해 3년간 교육 역량을 평가하도록 한 뒤 2014년부터 그 결과를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의 가점요소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대학의 연구·교육·시설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래서 외국의 유수한 언론·교육·연구 기관에서도 해마다 세계의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같은 기관이 나오길 기대한다.

하지만 대교협이 주관기관이 되면 국내외의 신뢰를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대교협은 대학 운영의 자율 및 창의성과 공공성을 높여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는 협의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기보다는 교과부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비난을 적지 않게 받았다. 교육의 공공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대학의 재정 확보에만 신경을 쓴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교협은 교과부 밖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다. 스스로 태생적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교과부의 교육 행정에 좌우될 소지가 크다. 그렇게 되면 자율과 창의는 사라지고 교육부-대교협-대학이 수직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협의체이다 보니 입김이 센 대학들에만 높은 평가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의혹을 살 수도 있다.

어느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체 평가와 감찰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 눈치를 보고 봐주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인과 외부의 기대와 개혁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 대교협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것이 편하니까 좋아하고 덤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다. 외부의 견제가 없으면 권력은 바르게 행사되지 못한다. 각 대학은 평가 및 인증 결과가 재정지원과 연계되는 만큼 대교협의 평가 기준과 행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교협은 현재 대학들을 평가해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일부 언론사에 대해 앞으로는 줄세우기식 언론 평가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교협은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에 의무를 느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2010-11-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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