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쾌청/김명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쾌청/김명인

입력 2017-12-08 17:52
수정 2017-12-08 18: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주영 - 북한산 No.45 (76×80㎝, 리넨에 유채)
정주영 - 북한산 No.45 (76×80㎝, 리넨에 유채)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 갤러리현대·갤러리소소·아트선재미술관 등 국내외 전시 다수.
쾌청/김명인

눈꽃 활짝 피운 아침의 산책길

푸드덕 까마귀 한 쌍 날아오릅니다

겨울 소나무 숲이 공손하게 받드는 하늘이

까마귀 두 점으로 더욱 화창합니다

쾌청은, 한둘 오(烏)점이 있어야 아뜩한 것

막장까지 비춰 내는 푸름이므로

바늘구멍, 그 한가운데가 우주의 중심이라도

가까이, 가까이로 꿰뚫고 싶습니다

까옥, 까까옥!

까마귀들이 하늘을 끌고 까마득히 솟구칩니다

겨울 소나무 숲이 공손하게 받드는 겨울 하늘은 쾌청! 차라리 쨍하고 금갈 듯 맑은 유리다. 거기 까마귀 두 점 떴다. 저 푸르고 맑은 겨울 하늘에 까마귀 떴으니 그게 오(烏)점 아니고 무엇이리. 저 깊은 겨울 하늘의 푸름이 주는 영감은 우리에게 높이 날고 까마득히 솟구칠 무대가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는 수억 개의 별이 뜨고, 어둠이 걷히면 해가 높이 떠서 누리에 빛을 뿌린다. 하늘은 아직 가 닿지 못한 꿈과 동경의 세계다. 우리는 머리 위에 그런 세계를 이고 산다. 그러니 현실의 남루함 따위는 늠름하게 버텨 낼 수 있다. 하늘은 쾌청, 현실은 아직 꿈을 품고 살아 볼 만하다.

장석주 시인
2017-12-0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