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원자력] 방사능 오염식품과 조사처리 식품/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재미있는 원자력] 방사능 오염식품과 조사처리 식품/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2019-08-26 22:14
수정 2019-08-2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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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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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지구 밖에서 김치와 라면을 먹었다. 당시 우주로 올라간 김치와 라면은 방사선을 쪼여 세균이 없게 만든 ‘조사처리 식품’이었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필자가 포함된 연구팀은 X선으로 식품을 멸균하는 기술과 효과를 연구해 이를 조사처리 기술로 허용해 줄 것을 2016년 식약처에 요청했는데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드디어 법령 개정 절차에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30년간 노력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국내 식품 조사처리 분야는 제도, 기술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길은 닦여 있지만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고 지나가더라도 쉬쉬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식품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농수산물 수출 대국인 미국, 중국 등은 수출 과정에서 해충과 미생물에 의한 손실을 막기 위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이온화 에너지, 즉 방사선을 식품에 쪼이는 조사처리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한국도 현재 28개 품목의 식품군에 대한 조사처리를 허용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을 완벽히 구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이 걱정돼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흔히 혼동하는 ‘조사처리 식품’과 ‘방사능 오염 식품’은 완전히 다르다. 얼마 전 우리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승리한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분쟁의 대상은 방사능 오염 식품이었다. 조사처리 식품은 방사능을 띠지 않는다. 정부는 ‘방사선 조사’와 ‘방사능 오염’에 대한 혼동을 막기 위해 ‘방사선 조사 식품’이란 용어를 ‘조사처리 식품’으로 바꾸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조사처리 식품은 지난 50년 이상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연구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농무부, 미국식품의약품안전국(FDA) 등에서 안전성을 확인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WHO, FAO, IAEA로 구성된 위원회가 ‘법적 규제치 이하의 방사선 조사처리 식품은 독성학적 장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으며 더이상의 독성 실험은 필요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정말 먹어도 괜찮나요?”라는 질문은 매번 반복된다. 만약 한국이 식품 수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 연구자들의 지난 30년간 땀과 노력이 빛을 발하길 빌어본다.
2019-08-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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