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연금개혁 ‘역주행’한 국민의힘, 여당 맞나

[최광숙 칼럼] 연금개혁 ‘역주행’한 국민의힘, 여당 맞나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4-06-12 01:16
수정 2024-06-1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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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세계 추세
더 주겠다는 건 개혁 아닌 개악
민주당 포퓰리즘에 넘어간 여당
젊은이들 성난 목소리 안 들리나

21대 국회 연금특위 국민연금 개혁은 불발됐다. 협상에 임했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니 여야 ‘무승부’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번 협상에서 승자는 민주당이다. 국민이 받는 연금액인 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조금이라도 올리면 안 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협상에서 44%까지 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사시켰던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인 45%에 거의 도달했으니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 야당이 연금을 더 주자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민주당의 포퓰리즘 전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 연금을 더 주자는 데 덜컥 합의 직전까지 갔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주호영 국회연금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유경준 국힘 특위 간사 등은 야당 의원들과 해외출장까지 가려다 비난이 쏟아지자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가 끝나기 직전 여당안을 수용하겠다며 연금개혁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자 나경원 의원 같은 중진까지 나서 “야당안과 불과 1%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합의하자”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연금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신 나갔다” “여당 맞나”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 그때다.

내야 하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해도 소득대체율까지 올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에게 빚폭탄을 넘기지 않기 위해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하기에 늘 집권 세력이 총대를 메 왔다. 그런데 여당마저 기득권의 혜택을 더 강화하자고 나섰으니 개혁의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70대 초반의 A씨는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부터 약 15년간 2000여만원을 납부해 지금까지 받은 연금이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수익률이 5배다, 앞으로 받을 연금까지 더하면 수익률은 몇 배 더 높아질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돈보다 노후에 받는 돈이 최대 2배 많도록 설계됐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연금액이 올라가는 구조이니 인플레이션 리스크까지 커버된다. 민간의 어떤 금융상품보다 안정성과 수익률이 뛰어나다.

수익률이 좋다 보니 60세 의무 납입이 끝나도 연금 개시 전까지 추가로 보험료를 내는 이들도 많다. 최근 퇴직한 지인은 앞으로 3년 후 연금 수령 전까지의 보험료 1800여만원을 일시불로 추가 납입했다. 이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는다. 대박! 세상에 이런 금융상품은 없다.

기존세대에게 국민연금은 더이상 좋을 수 없는 최고의 재테크다. 문제는 기존세대가 얻는 이익만큼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데 있다. 부모세대는 낸 것보다 몇 배 많이 받는 반면 그만큼 자식과 손자들이 추가 부담하도록 잘못 설계됐다. 미래세대에겐 ‘참 나쁜’ 제도다. 청년들이 “앞으로 국민연금을 내지 않겠다”고 분노하는 이유다.

연금을 100년간 지급할 수 있는 일본의 소득대체율이 우리보다 7% 포인트나 낮은 33% 정도다. 반대로 보험료율은 우리보다 9% 포인트 높은 18.3%다. 세계 각국은 보험료율은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연금개혁도 그 추세에 맞춰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에 여당이 야당과 야합해 연금개혁의 ‘역주행’에 나선 것이니 진짜 오호통재라다. 국힘아,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하려면 부디 공부 좀 하길 바란다. 그 전에는 개혁이란 말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광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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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2024-06-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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