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시간제 일자리=여성 일자리’를 경계한다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시간제 일자리=여성 일자리’를 경계한다

입력 2013-09-11 00:00
업데이트 2013-09-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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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발표한 ‘2인 5시간 선택제 근무’가 화제가 됐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기존의 ‘1인 8시간 전일제’ 이외에 ‘2인 5시간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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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먼저 국공립·사립 교사와 영양사, 회계직원 등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얼마나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같은 일을 하니까 일한 시간만큼 똑같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해도 되고 쉽게 수긍할 수 있는데, 승진·승급에까지 적용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기획과 같은 핵심업무에도 적용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절반 정도 일했으니 절반 정도 벌고, 승진에도 2배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

어찌 됐던 안전행정부는 추석 전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급 이하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을 위한 공무원 임용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고, 고용노동부도 민간 부문으로 확대 실시하기 위한 인사관리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가 발표해 봐야겠지만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나 ‘시간선택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일자리 1개를 2개로 쪼개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4시간 또는 5시간이든, 8시간이든 노동 강도와 생산성이 똑같지는 않더라도 엇비슷하다는 전제조건을 객관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습관성 야근 문화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8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여성 일자리’라는 고정관념도 깨야 한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시간제는 여성과 고령층, 청년, 저학력층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않고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 ‘스웨덴의 박근혜’라는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의 데시리 페트루스 의원은 지난 7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려다 자칫 여성들을 ‘2류 노동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적이 있는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이 맡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장기화하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승진 등에서 뒤처져 여성이 ‘B급 인재’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교한 직무분석과 평가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단순 반복 업무, 서비스업종이나 저부가가치 산업 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는 얼마나 핵심업무를 확대하고,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 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 부문 이외에 서비스업과 금융, 전문직에서 상대적으로 도입하기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재도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있지만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고, 사무관리직의 경우 임금 수준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핵심업무와 고숙련업무에서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생기려면 노사정 차원의 합의가 전제돼야만 지속가능하다. 때문에 정부가 공공서비스와 교육, 보건복지서비스업 등 공공 부문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대시켜야 한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를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과 별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가 당장 실시되는 부문은 당사자와 관리자에 대한 시간관리 교육과 일정짜기 기본훈련부터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에 대한 개념을 바꿔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kmkim@seoul.co.kr

2013-0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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