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 바란다/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이사

[시론] 예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 바란다/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이사

입력 2013-04-02 00:00
업데이트 201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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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이사
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이사
올봄은 연극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많은 것이 새롭다. 한국연극협회의 신임 이사장이 선출됐고, 서울연극협회도 새 집행부가 꾸려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새로 부임했다. 연극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이 입안될 것인지 기대하고, 연극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동료 연극인들과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년 업무보고 뉴스를 접하게 됐다.

아무래도 예술인 지원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술인들이 걱정 없이 재능과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예술가 개개인에 대한 지원 확대, 예술인의 성장 단계별 이력관리와 컨설팅을 통한 맞춤형 지원 실시, 도심 내 폐산업·군사시설의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의 전환,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갖가지 정책들이 쏟아졌다. 많은 부분 연극인들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연극인을 비롯한 이 땅의 예술가들이 걱정 없이 창작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난 여러 정부의 문화정책 집행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번의 업무계획 또한 순수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저 지원이 필요하다는 단편적 관점에서 정책이 입안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특히 상상력 기반의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고성장·고부가가치 콘텐츠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고 K팝, 영화, 방송콘텐츠 등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장르를 집중 육성해 ‘한류3.0’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K팝이나 드라마 같은 방송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 문화산업으로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과거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외되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크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며 문화예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지난 정부들이 시행했던 무수히 많은 문화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수많은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이 힘겨운 활동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세기 전 어느 경제학자가 말했듯, 예술의 비용 질병에 시달리며 열악한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명성조차 얻지 못하는 쓸쓸함을 맞이하는 현실에 대해 나와 동료 연극인들은 오늘도 고민하는 것은 왜인가.

순수예술계에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중에서도 연극계의 체감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 현대사와 더불어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전통의 극단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제작극장 시스템의 한쪽에서 민간 극단들과 대학로의 연극들이 마이너리티로 전락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매년 연극을 비롯한 예술 관련 대학 졸업생들 수만명이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비정규직 신세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견 연극배우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제대로 된 둥지를 구하지 못하고 오디션을 보아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스 애빙은 ‘예술가는 왜 가난해야 할까’에서, 예술세계에서는 돈과 상업성을 외면하는 고상한 태도와 시장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두 얼굴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예술가에게 고상함과 신성함을 요구할수록 예술가의 빈곤은 심해진다.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하면 예술의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다. 두 얼굴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다. 편중된 지원과 단편적인 정책 시행으로는 제 아무리 많은 문화정책이라도 연극인과 예술인들의 고통을 덜 수 없다. 문화정책이 공허한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예술인들의 마음과 현실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부디 문화예술을 두루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2013-04-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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