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부모 버린 자식들의 사회/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부모 버린 자식들의 사회/공선옥 소설가

입력 2011-05-26 00:00
업데이트 2011-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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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소설가
공선옥 소설가
텔레비전에서 농촌이 사라졌다. 농촌을 그린 드라마가 사라졌다. 고작 ‘6시 내고향’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소득’과 ‘미담’과 ‘맛’에 관해서다. 누가 무슨 작물을 심어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가, 그 동네의 누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가, 어디에 가니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더라. 대부분이 도시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정들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국민 80%가 도시민이라니, 이제 우리나라 농촌은 오직 도시만을 바라보고 도시사람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곳이 되어 있고 또 안돼 있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되어야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촌사람들을 잔뜩 세워놓고 외치게 하는 것이 ‘우리 마을로 놀러 오세요.’라니, 그걸 보는 심정이 오글오글해진다. 지금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지금 그곳의 진짜 속사정을 ‘진지하게’ 전하거나, 지금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피 터지게’ 토론하는 프로는 없다.

어디 텔레비전뿐인가. 한국 언론 전체에서 농촌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정치에서도 농촌은 사라졌다. 농촌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에게조차도 농촌은 표 얻는 곳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정말로 농촌에 관심이 있을까? 아니, 정말로 농촌을 사랑하고 있을까? 정말로, 가슴 절절하게, 진심으로,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그들의 고향을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해서, 혼자서, 구석구석 다녀본 적이 있는가? ‘고향인 농촌을 사랑해서’ 절절히 울어본 적이 있는가? 너무나 사랑해서, 중앙정부로부터 돈 따내는 일을 하면서도 또 그 돈 때문에 삶의 조건들이 망가질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뇌해 본 적이 있는가?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자식이 사탕을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탕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고 관심은 또 자주 접촉해야만 생기는 것인데, 언론뿐 아니라, 요즘은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 문학판에서도 농촌이 사라졌다. 딱히 ‘농촌문학’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문학 속에 농촌을 묘사하는 장면 자체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다보니 농촌 출신 작가 자체가 귀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신문기자도 농촌 출신이 드물어지니, 한국 언론에서 농촌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는 기사를 보기가 어려워졌듯이, 이제 한국의 예술가 또한 대부분이 도회지 출신이다 보니, 농촌 정서를 혹은 자연의 정서를 알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를 만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한국 예술이 농촌을 있어도 ‘없는 장소’로 치부하고 있을 때, 텔레비전은 소외감에 지친 농촌을 도시 사람을 호객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으로 만들고 있고, 또 그곳 출신 정치인들은 의붓자식에게 그러는 것처럼 중앙정부로부터 돈 따내서 안기는 것으로 사랑하지 않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사람을 호객하는 농촌이 아니고, ‘돈이나’ 바라는 농촌이 아닌, 자기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 농촌, 문화가 있는 농촌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 어디 없을까? 그런 언론인, 그런 정치인, 그런 예술인은 이 나라에서 진정 씨가 말라버린 것일까.

농촌을 잃어 버린다는 것은 부모를 잃어 버린 것과 같다는 말은 너무 진부한가? 그러나 도회지 사람치고 아름다운 농촌, 편안한 농촌, 자연이 주는 기쁨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회지 사람들이 막상 가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 늘 꿈꾸는 것은 자연이지 않은가. 막연히라도 언젠가는 ‘돌아가서’ 쉬고 싶고 안식과 위로를 얻고 싶은 곳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이지 않은가.

자식들이 부모 품을 그리 생각하듯이. 그러니, 도시는 자식이고 농촌은 부모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은가. 부모 버린 자식들을 올바른 자식이라고 할수 없듯이, 그런 자식들이 만든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2011-05-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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