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세계 평화와 내면적 비무장/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생명의 窓] 세계 평화와 내면적 비무장/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입력 2010-11-27 00:00
업데이트 2010-11-2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달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던 시기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제11회 세계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 정상 회의’가 있었다. 1990년 평화상 수상자였던 옛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발의해 매년 한 번씩 세계 여러 곳을 돌며 개최되는 이 모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평화를 사랑하는 단체 및 개인이 참가해 세계 평화를 증진시키는 일을 위해 지혜를 모은다. 올해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65주년을 맞아 히로시마에서 ‘히로시마의 유산-핵무기가 없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미지 확대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고르바초프는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고, 2009년 수상자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G20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같이하지 못했다. 올 수상자 중국의 류사오보와 1991년 수상자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는 자유롭지 못한 몸이라 대리인을 보내 인사말을 전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1989), 북아일랜드 평화운동가 메이리드 맥과이어(1976), 넬슨 만델라와 함께 남아프리카 인종 차별 정책을 종식하는 데 공헌한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1993),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을 이끈 미국인 조디 윌리엄스(1997), 이란의 인권운동 지도자 시린 에바디(2003), 국제원자력기구의 이집트인 사무총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2005), 기타 국경 없는 의사회, 노동운동이나 사회봉사로 수상한 단체의 대표 등이 참석했다.

1945년 8월 6일 인구 30만명이던 히로시마에서는 원폭투하로 14만명이 죽었다. 필자의 부모님도 2차 대전 당시 일본 도쿄에 살고 계셨는데, 폭격이 너무 심해 친척이 살고 있던 히로시마로 갈까 하다가 결국 한국행으로 결정하셨다고 한다. 그때 만약 히로시마로 결정이 났다면 필자도 이렇게 살아서 아내와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할 수 있었겠나 생각하니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 세상이 핵무기가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해야 그런 세상이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다. ‘가난이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므로 가난을 퇴치해야 한다. 이제 국가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개별 도시 간의 공조, 젊은이들 간의 우의를 통한 협력으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무력이나 군사력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생명, 평화, 문화, 교역 등 소프트웨어가 힘임을 자각해야 한다.’ 등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발언이 의미 있게 들렸다. 그는 20세기를 세계 인구 2억명을 희생하면서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유혈’의 세기로 규정하고, 이제 21세기를 ‘대화’의 세기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전쟁이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계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방법으로 ‘외적 비무장’과 ‘내적 비무장’을 들 수 있지만, 결국 궁극적 해결은 내적인 비무장에 있다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와 가슴을 가리켰다. 세계 평화는 우리 속에 있는 욕심과 미움과 어리석음을 없앨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을 기본으로 하는 ‘물질적 견해’에 지배되면 사물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총체적 견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물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으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의존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과 저것, 너와 나,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어울려 있는 존재이기에 세상이 잘못되면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만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원수를 파멸하는 것이 곧 나를 파멸하는 것”이기도 한데 왜 싸우겠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그의 이런 안목이 불교적 세계관에 따라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불교인뿐 아니라 종교인이라면, 아니 인류의 장래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니겠는가? 히로시마에서 배운 교훈을 곱씹어 본다.
2010-11-27 26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