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신료 인상과 KBS의 변화/하창우 변호사

[기고] 수신료 인상과 KBS의 변화/하창우 변호사

입력 2010-11-26 00:00
업데이트 2010-11-2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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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지난 19일 수신료를 현재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의결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KBS가 추진했던 KBS 2TV의 광고 폐지가 의결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두고 언론계 일각에서는 ‘KBS 임직원 전체의 모럴 해저드가 드러났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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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변호사
하창우 변호사
KBS가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수신료가 1981년 이후 30년째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당시 2500원인 신문구독료가 1만 5000원으로 6배나 인상되었음에도 수신료만 제자리에 맴돌아 영국, 독일, 일본의 공영방송 수신료의 7분의1 내지 1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KBS 재정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이고, 광고료 등이 60%를 차지하는 기형적 재원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수신료 인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30년의 세월이라면 방송제작 비용이 엄청나게 높아졌을 것인데 왜 KBS 수신료는 그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시대 KBS는 정권의 선전도구가 되기도 했고 대통령 개인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민주화 시대에도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KBS는 온종일 탄핵사건을 보도하면서 국회를 비난하고 여론을 의도적으로 한쪽 방향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KBS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국민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의 KBS 경영진에 대해서도 친정부(親政府)적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수신료가 인상되지 못한 것은 KBS 자체에도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 신뢰 문제를 수신료 인상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9월 2일부터 10월 19일까지 실시한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에서 KBS가 국내 매체 중 영향력과 신뢰도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2%가 KBS를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꼽았다.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 세계에서 시청자가 KBS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전한 재정은 방송의 독립성·공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튼튼한 재정이 보장된다면 정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상업방송과 다름없는 재정구조를 가진 지금의 KBS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온전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KBS가 불가피하게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KBS는 광고 비율을 좀 더 낮춰서 공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곳곳에 숨어 있는 낭비적 요인들을 찾아내어 한푼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KBS는 늘어난 수신료를 방송시스템의 디지털 전환과 난시청 해소 등에 쓰겠다고 한다. 하지만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기 전이라도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더욱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업방송처럼 시청률만을 의식한 일부 프로그램들도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

시청자는 수신료를 더 많이 부담하는 만큼 상업 광고를 더 적게 볼 권리가 있고 더욱 품격 높은 프로그램을 볼 권리가 있다. KBS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권리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2010-11-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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