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꿈과 패기는 누구의 것인가/윤설영 산업부 기자

[女談餘談] 꿈과 패기는 누구의 것인가/윤설영 산업부 기자

입력 2010-11-13 00:00
업데이트 2010-11-1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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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계의 한 후배가 기자직을 그만두었다. 후배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기자를 하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기자라는 직업과 대학교 교직원이라는 직업의 괴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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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정치부 기자
윤설영 정치부 기자
비단 그 후배뿐만이 아니다. 대학 4학년인 한 후배는 학점 4.3, 어학연수 경력, 토익 고득점 등 온갖 훌륭한 스펙을 갖췄는데 꿈은 역시 교사다. (교직원이나 교사를 폄훼하는 게 아니다).

그는 아등바등하기보다 정해진 일을 하면서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왜 좀 더 다이내믹하거나 신나거나 재밌는 일을 찾아보지 않는지 핀잔을 줄 생각도 해 봤지만 다른 인생관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얼마 전 알게 된 한 벤처 기업인은 “요즘 졸업생들이 안정된 공무원, 대기업 같은 것만 찾고 도전하는 정신이 없다. 인턴을 열심히 가르쳐 놓아도 막판에 최종입사는 안 한다. 그래서 사람 뽑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탄했다.

얘기를 듣고 나니 과연 ‘젊은이=꿈, 패기’라는 등식이 아직도 유효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태를 두고 그들만 탓할 수는 없다. 젊을 때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 볼 만한 비전을 기성세대들이 보여 주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열심히 일한 아버지, 어머니의 은퇴 후 쓸쓸한 모습,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하루벌이를 위해 길을 나서는 노인들. 젊은 친구들이 그들을 보면서 어떤 미래를 그려 봤을지 그들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G20 정상회의로 나라가 붕 떠 있었다. G20 의장국으로서 국격이 높아지고 자부심도 커졌을지 몰라도 현실은 G20 이전과 다름없다. 대포폰과 청원경찰 로비 사건으로 얼룩진 정치권, 그 밖에도 고물가, 명예퇴직, 실업률, 학교비리 등 암울한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G20 의장국으로서 역할은 훌륭했지만 이젠 국민이 일상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공유하고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누가 젊은 친구들에게 꿈과 패기를 권유할 수 있겠는가.

snow0@seoul.co.kr
2010-11-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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