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오은선… 황우석… 청문회/박대출 논설위원

[씨줄날줄]오은선… 황우석… 청문회/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0-08-28 00:00
업데이트 2010-08-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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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한때 국민 영웅이었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한순간에 국보급 과학자로 떠올랐다. 국립중앙과학관엔 황우석 코너가 신설됐다. 노벨상 후원회도 발족됐다. 정부는 국가 요인급 경호로 예우했다. PD수첩이 제동을 걸었다.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이란 이름으로. 논란 끝에 황우석 신화는 거짓으로 마감됐다.

또 하나의 국민 영웅이 위기에 처했다. 철녀(鐵女) 오은선.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주인공이다. 14좌 중 10좌 등정이 의혹이다. 지난해 5월6일 올랐다는 칸첸중가(8586m). 어제 대한산악연맹이 등정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칸첸중가를 등반한 산악인들이 판단했다. 엄홍길(2000년 등정)·박영석(1999)·한왕용(2002)·김웅식(2001)·김재수(2009)·김창호(2010) 등.

오은선은 반발하고 있다. 진실게임의 향배를 속단키 어렵다. 제2의 황우석이 될지, 누명을 벗을지는 미지수다. 궁금증보다 씁쓸함부터 다가오는 건 왜일까. 두 사건이 닮은꼴인 탓일까. 결론은 다른 꼴이 될까. 황우석 사태의 출발은 PD수첩이 아니었다. 그와 경쟁하던 혹은 지켜보던 동료 교수, 관련업계 연구진들이었다. 그들은 황우석 연구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다.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됐든, 학문적 양심에서 기인했든 배경은 알 길이 없다.

오은선은 어떤가.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국내 산악인들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14좌 등정 때는 등산장비업체와 일부 방송, 신문사들이 참여했다. 의혹은 경쟁업체와 경쟁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시기와 질투로 생산된 음해인지, 산을 사랑하는 양심에서 나온 진실인지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고봉(高峰) 등정을 공인하는 국제기관은 없다. 세계적인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의 기록에 남느냐 하는 게 사실상 기준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이 미궁에 빠질 공산도 없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로 시끄럽다. 후보자 10명 모두가 혹독한 검증을 치렀다. 여권은 볼멘소리다. 국정 수행 능력은 뒷전이고, 흠집내기만 몰두한다고 불평이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어떡하나. 그게 현실이다. 야당이 시기와 질투를 감추고 흠집을 내든, 언론이 진실 보도를 내세워 상처를 파헤치든 배경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악의(惡意)가 있더라도 탓할 수만은 없다. 악의를 이겨 내려면 진실이 우선이다. 그 책무는 후보자에게 있다. 오은선도 마찬가지다. 국민 영웅으로 남으려면.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0-08-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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