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구 정치부 기자
자연스럽게 두 자서전을 비교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바친 조사에서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고 울부짖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서로에게 섭섭했던 지점은 ‘대북송금특검’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믿었던 후계자(?)가 자신의 ‘인생’이나 다름 없던 햇볕정책을 지켜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해했고, 노 전 대통령은 법과 원칙 앞에서 고뇌했다.
둘의 의견 차이는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부각’시키는 기사로 이어졌다. 메일과 댓글이 쏟아졌다. ‘서거하신 두 분을 싸움시키니 좋냐.’는 매질이 많았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서전을 중요한 사료로 간주하고, 두 개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아홉 명이다. 대부분이 불행한 말로로 집권 기간을 솔직하게 밝힌 자서전을 남기지 못했다. 다소 극단적인 제3자의 평론이 자서전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선 대통령 자서전이 ‘정치학 교과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아직 건강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자서전을 냈으면 좋겠다. 현직 대통령은 앞선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을 꼭 읽어 보면 좋겠다. 독자들도 일부만 발췌한 기사에 흥분하기보다 직접 자서전을 일독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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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3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