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한국의 기권이 남긴 씁쓸함/박성국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한국의 기권이 남긴 씁쓸함/박성국 국제부 기자

입력 2010-08-02 00:00
수정 2010-08-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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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 군인이라면 한 번쯤은 ‘환자 열외’라는 특별 대우를 꿈꿔본다는 유격훈련 때의 일이다. 땀방울이 철모 턱끈을 타고 유격장 바닥에 떨어지면, 떨어진 땀방울에 흙먼지가 날릴 정도로 더웠던 날로 기억한다. 하늘이 노랬다. 분명히 제자리에 있는데도 주변이 빙글빙글 돌았다. 잠시 꿈 같은 ‘10분간 휴식’이 주어졌다. 물 몇 모금에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누가 말했던가. 정말 물은 ‘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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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국제부 기자
박성국 국제부 기자
2010년 7월28일. 유엔 총회에서 “깨끗한 물을 먹고 쓰는 것은 인간의 권리”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깨끗한 물은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 세계 8억 9000여만명이 살기 위해 식수로 부적합한 물을 마시고, 매년 150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비위생적인 물로 목숨을 거두는 현실을 본다면 결의안 채택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결의안 채택 과정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다. 결의안은 유엔에 가입한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안전한 물과 공중위생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경제·기술 지원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유엔 가입 192개국 중 반대표 없이 122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41개국이 기권했고 나머지는 총회에 불참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과 함께 한국도 기권했다. 앞으로 발생할 비용부담을 꺼린 결과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정부는 지난 5월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격을 높이고, 세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즐거운 의무라고 강조했다.

죽어가는 세계인의 생명을 살리는 것만큼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 또 있을까.

psk@seoul.co.kr
2010-08-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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