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월드컵과 천안함/김상연 정치부 차장급

[오늘의 눈] 월드컵과 천안함/김상연 정치부 차장급

입력 2010-05-31 00:00
업데이트 2010-05-3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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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열흘 뒤면 우리는 ‘레테의 강’을 건넌다. 4년마다 너와 나는 빨간 옷을 갖춰 입고 기꺼이 망각의 강을 도하했다. 까만 밤하늘로 솟구치는 하얀 축구공에 우리는 일상사의 온갖 시름을 실어 날려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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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천안함 사태로 시국이 어수선하고 유족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너와 나의 주체할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은 광화문 네 거리에 차고 넘칠 것을 우리는 안다.

두 동강 난 군함의 나신을 목도하고 멍하니 뚫렸던 두 눈을 16강 진출의 감격스러운 눈물이 채울 것이다. 46 용사를 초혼(招魂)했던 그 목에서 “대~한민국”이 울려퍼질 것이다.

이토록 신속한 감성의 전환을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그것을 인간의 몽매함이라고 폄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인간이란 본래 그러한 존재다.

다만 올해는 레테의 강물을 들이켜지는 말았으면 한다. 단지 유족의 슬픔을 잊지 말자는 동정론이나 냄비 근성을 경계하자는 국민성 개조론의 차원은 아니다. 국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천안함 해결방안이라는 것은 그 방향이 유동적이다. 유동적이라는 말은 한국 국민의 여론이 결정적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만약 여론이 천안함을 잊는다면 어떤 그림이 결과할지는 명약관화하다. 국제사회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그러므로 올해 우리는 월드컵과 천안함 사이에서 공수(攻守) 전환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지능적인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축구를 만끽하되 익사하지는 않도록 스스로 오프사이드의 호루라기를 불 줄 아는 자제력이 저마다 필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망각의 강을 아주 건너는 게 아니라 무시로 넘나들 수 있도록 기억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 우람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박지성의 슈팅에도, 메시의 돌파에도, 그리고 어뢰공격에도 끄떡없을 튼튼한 다리를.

carlos@seoul.co.kr
2010-05-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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