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득 흰 눈이 내린다
누군 히말라야에 가서 초라한 너를 발견하였다는데
네시 약속을 위해 집을 나서는 길
차마 흰 눈 위에 발을 딛지 못하고
마당가에 섰다가 거대한 나를 보았다
함박꽃이 되어 내리는 올해의 첫눈
너를 찾든 나를 잃든 오늘은 비긴 날로 하자
그러니 우린 하나다
지금이라도 우연히 골목에서 만나면
함박꽃 한 술 떠 서로 먹여주며
아프게 살아온 지난 여름은 잊도록 하자
그래 그러라고
세시가 지나는데 흰 눈이 내린다
2010-01-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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