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정보교환도 담합 제재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정보교환도 담합 제재

나상현 기자
입력 2021-02-09 20:40
업데이트 2021-02-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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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 위한 교환 등 과잉제재 우려”에
담합으로 보는 규제 대상 유형 심사 지침
올해 마련하도록 공정위 연구용역 발주

앞으로 사업자 간 가격이나 생산량 등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담합의 일종으로 간주해 경쟁당국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담합 목적이 없는 정보교환 행위까지 과잉제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정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심사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정보교환 담합 규율을 위한 하위규범 마련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9일 밝혔다.

지금까진 가격을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에 대한 정보를 경쟁사끼리 나누고,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똑같이 인상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웠다. 실제로 공정위가 2012년 농심·삼양·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업체가 정보를 주고받으며 여섯 차례 가격을 인상한 행위를 담합이라 보고 총 1354억원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대법원은 “라면가격 인상 일자나 인상 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라면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제재를 취소했다.

공정위는 이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가격 인상 폭이 일치하는 등 뚜렷한 담합 정황이 있고, 이 정황이 나타나는 데 필요한 정보가 교환된 경우 담합 관련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학계에선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의 일종으로 보는 것은 입법적으로 위험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부당한 합의뿐만 아니라 경쟁제한성까지 입증돼야 하는데, 정황증거인 정보교환 행위만으로 담합이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정보교환 행위는 담합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긍정적인 벤치마킹 목적의 교환도 가능하다. 법을 근거로 해서 과도하게 담합을 판단하다 보면 과잉제재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을 거쳐 명확하게 담합으로 판단할 수 있는 행위 유형을 규정하는 심사지침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제한성이 없는 일상적 정보교환까지 담합으로 규정하고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규제대상이고, 어떤 정보는 아니라는 식으로 유형을 세분화하는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21-02-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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