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어 돈버는 시대 끝났다”

“집 지어 돈버는 시대 끝났다”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0-03-09 15:09
업데이트 2020-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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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항공, 석휴화학 등 새먹거리 찾는 건설사들

 “집 지어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건설사들이 잇달아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강화와 주택시장 침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 등으로 활로를 찾고자 석유화학, 항공, 전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9일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를 품에 안았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5억 3만달러(약 6200억원)다.

 크레이튼은 고부가가치 기능성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7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한다. 대림은 이번 인수로 크레이튼의 ‘브라질 라텍스·합성고무 생산 공장’과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를 포함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기능 라텍스, 접착제 원료, 코팅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을 대림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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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이 9일 인수를 발표한 브라질 카리플렉스 공장. 이 곳에서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이 9일 인수를 발표한 브라질 카리플렉스 공장. 이 곳에서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대림산업 제공
 특히 대림은 첨단 신소재 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합성고무·라텍스로 만드는 수술용 장갑, 주사 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다. 김상우 대림 부회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수술용 장갑 소재의 글로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해외 기술·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료용 소재 국산화를 통해 의료용 신소재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GS건설은 전기차에 쓰이는 2차 전지 재활용 사업에 올 초 뛰어들었다. 전기차 대중화에 발맞춰 배터리 재활용이 고성장이 기대되는 신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시 재활용 규제자유특구 약 12만㎡ 부지에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2차 전지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금속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 5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했다. 기존에 보유한 호텔과 면세점, 레저 등에 항공사를 접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란 계산에서다. SK건설은 연료전지 주기기 제작업체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설립을 마치고 이르면 올해부터 국내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생산한다. 반도건설은 해외사업, 토목사업을 넘어 최근에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분양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확진자 발생 등으로 공사기간까지 늘어났는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본격화되면 분양가가 낮아져 건설사들이 설 곳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가뜩이나 중견건설사는 대형건설사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가 힘든만큼, ‘실험’ 단계인 신사업이 향후 어떻게 자리잡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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