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내식 공급업체서 화재…소규모 업체와 ‘임시변통’ 계약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서 ‘기내식 대란’이 빚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으면서 운항이 줄줄이 지연됐고,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기내식 없이 출발했다. 지연 운항과 기내식이 실리지 않는 ‘노 밀’은 3일에도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기내식 공급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임시변통으로 소규모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는 지난 2003년 이후 줄곧 LSG스카이셰프코리아였는데, 지난달 30일 자로 계약이 만료돼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양사는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지만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LGS스카이셰프와 게이트고메는 전 세계 50∼60개국 주요 공항에서 기내식, 항공 기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대형 글로벌 업체로, 아시아나항공과 합작해 각각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3월 인천공항에 짓고 있던 공장에 불이 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저비용항공사 등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가 3개월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게 됐다.
샤프도앤코는 하루 3천식 정도의 기내식을 생산하던 업체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수요에 부응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여름 휴가 성수기에 제공하는 기내식은 하루 3만식에 이른다.
특히 기내식을 만들어 운반·탑재하는 과정에는 특수 수송 차량과 장비, 숙련된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데, 업체의 미숙함에 지난 1일 폭우까지 더해져 기내식 탑재가 대거 지연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하루 최대 2만식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외부 업체에서 필요한 물량을 일부 조달해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과 달리 샤프도앤코의 협력사도 물량을 맞추는데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2일에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A씨가 최근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기내식 납품 준비에 매달렸으며 ‘기내식 대란’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 화재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샤프도앤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업체는 경쟁사인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와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기 전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단기 공급 계약을 타진했으나 불발됐다.
아시아나항공은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새 기내식 공급자로 선정된 게이트고메코리아를 통해 계약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관세법 규정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과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이미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2016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재계약을 조건으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천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은 뒤 독일 본사에서 계약이 깨지더라도 불공정한 방법으로 연장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반면 새 계약자인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회사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은 공교롭게 지난해 금호홀딩스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BW를 1천600억원에 취득했다.
게이트고메는 본래 스위스 회사였으나 2016년 HNA그룹에 인수됐으며, 같은 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합작사를 차려 30년간 기내식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BW 취득은 그룹 대 그룹 간 이뤄진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더 유리한 조건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지분이 20%였고 등기이사가 1명이었는데, 새 합작사에서는 지분 40%에 등기이사가 2명이고 이중 1명은 부사장급이어서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