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은 스스로 정한다… 李과장의 달라진 하루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사무실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 S사 입사 11년차 이모 과장의 사례처럼 하루 근무시간을 직접 설정해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직 도입 초기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변화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SK텔레콤은 직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한다.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 근무제인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을 도입해서다. 이번 주에 48시간을 근무하면 다음주는 32시간만 일하면 되는 식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의 A 매니저는 월~목요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금요일엔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한다. 금요일 오후 2시부터는 가족과 2박 3일로 여유롭게 여행을 한다. B 매니저는 회계 마감, 결산 등으로 업무가 몰리는 매달 마지막 주는 50시간 일하고 셋째 주는 주 30시간(주 4일) 일하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해 유연하게 일한다.
2013년 공장 생산직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에 한해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한 대신 나머지는 직원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며 출퇴근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1일부터 시작했다. 재량근로제는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R&D) 업무에 한한다.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에 맞춰야 하는 R&D 분야는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동안 직원 자신이 2시간 단위로 직접 신청해야 지급되던 초과근무수당도 바로 퇴근할 수 있게 10분 단위로 사무실 출입기록 등에 따라 자동 지급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추가 채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식품업체들은 때마침 공장 가동률이 높은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인력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의 식품 관련 계열사 4곳은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를 200여명씩 추가 채용하고 있다. 빙그레와 매일유업도 최근 생산직 근로자를 50~60명 추가로 뽑았다.
유통업계는 대부분 점포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응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회현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모든 점포의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현대백화점(폐점시간 기존과 동일)은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 직원의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8-07-03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