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 대책] ‘공장식 사육’ 사실상 방치…방역세 도입도 빠져

[AI·구제역 대책] ‘공장식 사육’ 사실상 방치…방역세 도입도 빠져

입력 2017-04-13 15:40
수정 2017-04-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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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로 마련한 방역 대책의 핵심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최소한으로 줄이되 발생 시에는 총력대응을 통해 조기에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전보다는 방역 대책이 강화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일선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혔던 밀식사육 문제 해결이나 인력확충 및 재원 마련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산란계 사육업이 케이지 높이는 9단 이내, 양계장 내 통로의 폭은 1.2m 이상으로 하도록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적정 사육면적 기준도 현행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했다.

현재 국내 산란계 적정사육면적이 A4 용지(0.06㎡)보다 작아 가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겨울 AI가 발생한 세종시의 한 대규모 양계장은 케이지는 12단(9m)이나 됐지만, 통로는 1m에 그쳐 살처분 작업 자체가 지연되기도 했다.

정부는 축산법 개정을 통한 사육 기준을 강화로 건강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기존 산란계 농장에 대해서는 10년이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해 대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AI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데다 8천만 마리에 달하는 전국 산란계가 대부분 밀식 사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사전브리핑에서 “현재 농가들한테 상당 부분 부담이 되고, 계란값의 가격 인상으로도 연결될 우려도 있어 10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시설현대화 보조금을 30%까지 높여주기로 했기 때문에 부담이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거론된 ‘방역세’ 도입 역시 대책에서 제외됐다.

방역세는 축산대기업 등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해 이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방역세를 시설현대화, 매몰 비용 등으로 사용하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김 장관은 “여러 가지를 검토해 본 결과, 방역세의 문제는 또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큰 틀에서 보면 세원을 단순하게 개편해 나가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점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추후 가축질병 발생 시 지자체의 방역 재원으로 적립된 재난관리기금(총 1조6천억 원)을 우선 활용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방역 재원 확충 방안을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AI 사태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 방역 인력난 문제 역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업무 과다와 승진기회 제한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방역 업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AI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정부는 방역 담당 공무원에 인센티브 부여 및 농식품부(방역 기능), 환경부(야생동물 및 매몰지 관리), 질병관리본부(인체감염예방) 등으로 나누는 관계부처 공동 직제안을 마련하고 증원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건비 등 예산 문제로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AI 백신 도입에 대한 결정 역시 6월로 미뤘다.

AI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 변이 등 부작용이나 기술적인 제약 등으로 우리나라와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100% 살처분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AI가 거의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비상시를 대비해서라도 백신 연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AI 백신 전문팀을 운영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백신 접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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