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 회장 신동주 임명’ 문서 공개
“아키오(신동빈) 그만두게 했잖아.”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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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일본어로 큰아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신 총괄회장의 목소리는 9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분명하고 또렷했다. 고령으로 심신이 약해져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있다는 롯데그룹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뜻을 거슬러 한·일 양국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임한 일은 큰아들에게 조종당해 그런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인 자신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말에 신 총괄회장은 화를 내며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라며 차남을 제지하라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7일에 작성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담긴 지시서도 공개했다.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한 바 없으며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직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20년 넘게 신동빈 회장이 맡았던 한국 롯데를 장남에게 준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의 신임을 완전히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음이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지시서와 관련해서는 법적 효력도 없고 진위 여부도 가려지지 않아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신동빈 회장 측 롯데그룹의 입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오는 10일쯤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비해 일본에서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5-08-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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