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 역학조사관…업무 1순위는 ‘공문발송’”

“한시가 급한 역학조사관…업무 1순위는 ‘공문발송’”

입력 2015-06-25 16:12
업데이트 2015-06-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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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메르스 진단 토론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또 발생했다. 역학조사관을 의료 현장에 파견해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 방역당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병원에 공문을 보내는 일이다.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개인 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에 요청해야 하는데, 이때 질병관리본부의 공문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역학조사관이 34명으로 부족한데 공문을 만들어 접수하고 발송해 회신을 받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니 신속성이 생명인 역학조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25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처럼 역학조사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포함해 감염병 관리와 공공의료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 역학조사 인력 3배 이상은 늘려야…접촉자 관리 세부 지침 필요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은 역학조사관의 수를 늘리고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위원장은 “감염병 발생 초기단계의 역학조사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대상자를 선정해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훈련된 정규 역학조사관을 인구 50만명당 1명 수준인 100명으로 늘려 초기단계의 역학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역학조사관은 모두 34명으로 이 중 2명만 질병관리본부의 정규 직원이다. 나머지 32명은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이 아닌 공중보건의다.

역학조사관에게 부여된 권한이 적어 신속하게 활동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기 위원장은 “역학조사관에게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내역, 휴대전화 위치나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추적하고 병원의 CCTV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 위원장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생하면 환자 개인의 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에 요청하기 위해 공문을 보내야 하며 해당 환자의 동선을 파악한 뒤 접촉자를 찾기 위해서는 다시 동선에 있는 의료기관 모두에 공문을 보내야 한다.

이를 통해야 환자 의무기록, 환자 방문일자 CCTV 보존, 의료기관의 도면, 내원환자와 보호자 리스트를 확보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진료나 이동을 금지해야 하는데 이때에도 공문이 필요하다. 신속해야 할 초기 역학조사가 서류 절차에 밀려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환자와의 접촉자 관리에 대한 세부 지침을 개발해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자가 격리 대상자의 지침 순응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지침에 대한 교육 훈련은 부재했다”며 “자가격리 수행자의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해답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자가격리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이들에 대한 심리 치료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병원)격리도 시설격리가 가능한 병원과 병상수가 제한돼 있는 문제가 있었다”며 “병원 내 코호트 격리의 경우 환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재했고 타기관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접촉자 관리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쉽게 예상됐지만 이 문제점에 대한 대비는 총체적으로 없었다”며 “접촉자 관리 근거를 분석해 관리 과정의 세부 지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의료진과 병원, 감염관리 실패 반성해야”…감염관리 체계 혁신 필요

이번 메르스 사태는 호흡기 관련 감염병의 감염 관리에 대한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서부터 1차 의료기관까지 감염관리 역량과 무관하게 모든 규모의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감염된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관리 실패에 대해 의료진과 병원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로 감염관리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는 ▲ 1,2인실 병상 확대 ▲ 국가지원 통한 규격화된 음압격리병실 보급 ▲ 호흡기관련 감염병의 1인 병실 입원에 대한 보험수가 인정 ▲ 보호자 없는 병동 확대 적용, 면회 제한 ▲ 대형병원 쏠림 현상 개선 ▲ 응급실 내 감염병 별도 진료구역 설정을 제안했다.

그는 “취약한 중소병원 감염관리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감염 관리 전담 인력을 배치하도록 인건비를 지원하고 감염관리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감염관리 전담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른바 ‘의료쇼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포괄간호서비스를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괄간호서비스는 간병인이 아닌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제도다. 정부는 2018년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작년 이 서비스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포괄간호서비스 이용자는 작년 연말 기준 간병 필요환자의 5% 수준”이라며 “서비스 확대 속도를 높이는 한편 서비스 대상 의료기관에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환자의 1~2인실 병실 이용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격리실을 전체 병상의 5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동네 단골병원을 이용하고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도록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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