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질본 ‘감염병관리 부실’ 경고하고도 잘못 되풀이

복지부, 질본 ‘감염병관리 부실’ 경고하고도 잘못 되풀이

입력 2015-06-25 09:29
업데이트 2015-06-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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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질병관리본부 감사 통해 “감염병 관리 철저히 하라” 엄중경고

보건복지부가 작년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내부 감사에서 감염병에 대한 신고 체계, 부적정한 역학조사에 대해 지적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의료기관의 신고 지연이나 부실한 역학조사는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방역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부 감사에서 이를 지적한 복지부도 지적을 받은 질병관리본부도 문제를 고치지 않고 잘못을 반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복지부가 공개한 ‘2014년도 질병관리본부 정기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6월 실시한 감사에서 ‘감염병 신고·보고 및 역학조사 부적정’ 사례에 대해 개선 명령과 함께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주요 10개 감염병과 관련해 신고된 2천102건 중 21.1%인 443건은 법률이 정한 기간보다 늦게 신고됐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료기관의 장이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경우(인플루엔자와 5군 감염병은 7일 이내 신고) 지체 없이 관할 보건소장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때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을 어긴 의료기관이 고발된 건은 지연 신고된 사례의 1.4%인 6건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2013년 3월24일 진단한 A형 간염 환자의 경우 61일이나 지난 5월24일 신고됐다. 또 의무기록을 정리하던 중 발견해 뒤늦게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 보고서는 역학조사가 제때 실시되지 않고 지연되는 사례를 밝혀내고 역학조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주요 10개 감염병의 양성확진 1천656건 사례 중 질본과 각 지자체가 역학조사를 지연해 실시한 것은 5.2%인 86건에 달했다.

법률은 1~2군 감염병은 신고 접수 후 지체없이, 3~4군 감염병은 3일 이내에 역학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 10월12일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신고됐지만 역학조사는 40일이나 지난 같은해 11월21일 실시되기도 했으며 7월1일 말라리아 환자 발생이 신고됐지만 33일 지난 8월3일에 역학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역학조사는 감염원과 집단발병 유무를 파악해 감염병 전파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질본이 역학조사반이 적시에 역학조사를 실시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발생 사실에 대한 보고 지연은 이보다 더 심각했다. 감염병 양성확진 사례 중 9.8%인 207건은 보고가 법률이 규정한 것보다 더 늦게 이뤄졌다.

법률은 의료기관 등의 신고를 받은 보건소장은 각 지자체장에게, 지자체장은 질병관리본부와 상위 지자체에 감염병 발생 사실을 지체없이(5군 감염병은 매주 1회)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서 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감염병 발생 신고·보고 및 역학조사 지연 등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업무를 철저히 하지 않은 데 대해 엄중경고한다”며 “앞으로 신고·보고를 지연하거나 역학조사를 적시에 실시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가 지적한 이 같은 지적사항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같은 문제점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첫 감염 환자인 1번 환자(68)나 이 환자와 접촉한 뒤 증상이 발현된 상황에서 중국 출장까지 간 10번 환자(44)가 뒤늦게 방역망에서 파악된 데에는 의료진의 보고 누락 혹은 지연 보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실한 역학조사 역시 메르스 사태를 키운 방역당국의 대표적인 잘못으로 꼽힌다.

감사보고서가 지적한 역학조사 지연 실시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학조사관이 34명 뿐이라는 현실에 있지만, 이후에도 역학조사관에 대한 인력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족한 역학조사 인력은 메르스 사태에서 제때 밀접접촉자를 발견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슈퍼전파자를 만들어낸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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