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급 인사 잇따른 만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앞서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정 부회장이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면 최근에는 정 회장과 함께 전면에 나서서 그룹을 함께 이끄는 모습이다.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지난 19일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 회장의 만남에 동석했다.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당시만 하더라도 정 회장 혼자 시 주석을 만나러 나갔지만 모디 총리 면담에는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대표해 참석한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에 제3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중국·미국과 함께 현대차의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인도 지도자와 만나는 자리에 정 부회장을 동석시킨 것은 정 부회장의 역할을 더욱 키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청와대 오찬 당시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정 회장 대신 참석했다. 4월에는 국빈 방한한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를 혼자 맞은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또 최근 해외 주요 생산 거점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디트로이트 모터쇼 참석을 시작으로 3월에는 중국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4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4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 열린 자사의 ‘2015 전 세계 대리점 대회’에 다녀왔다. 이달 11일에는 루블화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전 세계 글로벌 판매(한국 포함)는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판매 증가폭이 줄어드는 데 대한 비상 경영의 일환일 수 있지만 최근 속도를 내는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502만 2170주)을 1조 150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차는 개정된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 용도로 해석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추가 확보가 필수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5-05-25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