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버팀목에서 걸림돌로…수출 살릴 대책은

경제성장 버팀목에서 걸림돌로…수출 살릴 대책은

입력 2015-05-10 10:39
수정 2015-05-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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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신속한 산업 구조조정이 해답”

정부가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수출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본격적으로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4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가운데 엔화·유로화 약세로 환율 흐름까지 수출에 불리해졌다.

급기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2%로 떨어지면서 성장률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은 내수경기 둔화로 예전만큼 수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아니라 무섭게 성장해 온 중국은 라이벌로서 세계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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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한 윤상직 장관
삼성SDI 천안사업장 방문한 윤상직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수출 유망품목 생산기업인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수출 확대 방안과 애로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15.5.10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감소폭 점차 커지는 수출…올 4월, 작년 동기비 -8.1%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462억1천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줄었다.

올해 들어 수출액 감소 폭은 1월 -0.9%, 2월 -3.3%, 3월 -4.3%로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성장세가 둔화한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로의 수출이 19.8% 감소했고 중남미와 중국으로의 수출도 각각 11.4%, 5.2% 줄었다.

일본(-12.6%), 유럽연합(-11.9%), 미국(-2.7%) 등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으로의 수출도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가전(-24.3%), 자동차(-8.0%), 선박(-7.9%), 무선통신기기(-5.2%) 등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품목의 수출액이 모두 줄었다.

전체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은 세계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현상과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 전략으로 세계 교역량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 단가도 떨어졌다.

그러나 주요 품목 수출액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에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에 있다”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안 되면서 대외 경쟁력이 나빠지고 일본의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한은·KDI·국제금융센터 한목소리로 경고음

수출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은행, KDI, 국제금융센터 등 주요 기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KDI는 지난 7일 수출이 경제 전반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경기 진단(5월 경제동향)을 내놨다.

KDI는 “내수와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생산이 완만히 회복되는 가운데 투자 지표의 부진도 완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수출 부진으로 광공업생산의 회복이 지체돼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KDI는 한국의 수출 상황이 ‘잃어버린 20년’을 겪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경쟁력(비교우위)이 있는 수출 상품은 기계·운수장비, 화학제품 등인데 이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직전인 1993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작년부터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일 성장세 회복에 수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최근 수출 감소 원인에 대해 “엔화와 유로화에 견준 환율 절상(원화가치 상승)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대(對) 중국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 흑자 대비 대중 무역 흑자액은 2012년 189%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 1분기에는 지난 15년간 가장 낮은 53%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8.2% 줄어 전체 수출 증가율(-2.9%)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의 수요 둔화, 가공무역 중심인 우리 수출의 구조적 취약성, 중국 제품의 경쟁력 향상 등 세 가지를 대중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기상황에 비춰볼 때 올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뿐만 아니라 전체 수출도 지난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과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비교우위 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 해야”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을 타개하려면 한국이 경쟁력(비교우위)을 확보할 수 있는 쪽으로 신속히 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을 모방·추격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을 통해 후발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보유한 한정된 생산자원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으로 신속히 이동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품목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은 2007년부터 가공무역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지만 한국의 대중 무역은 아직 가공무역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류 영향이 큰 화장품과 식품의 대중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비중은 전체 수출의 2%에 불과하다. 주로 가공무역 형태인 전자기기 및 부품 수출이 35.2%, 광학기기 수출은 14%, 원자로 보일러 및 부품은 10.2%를 차지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의 전자상거래·해외직접구매 등을 활용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힘써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이용한 양국 간 협력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미국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 수출은 기술·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중국은 내수시장을 겨냥한 맞춤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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