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대동맥파열 버스기사, 승객 안전부터 챙겨”

“운전중 대동맥파열 버스기사, 승객 안전부터 챙겨”

입력 2015-02-17 11:14
업데이트 2015-02-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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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안전조치 후 실신, 3일만에 의식 되찾아

”운행 중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승객들 안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운전 중 복부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한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겼다.

주인공은 버스 운전경력 10년 차인 이희남(60) 씨. 이 씨는 지난달 31일 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일본 음악단원들을 태우고 숙소인 서울 팔레스호텔까지 운행하는 길이었다.

출발할 때는 별 이상 없었지만 1㎞ 남짓 떨어진 서초역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배에 무엇인가 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과 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이 발생했다. 더 이상의 운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이 씨는 신호대기를 이용해 즉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승객들을 한 명씩 인도로 내리게 했다.

그 후 이 씨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고, 경찰의 도움으로 인근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입원후 사흘만에 의식을 되찾은 이 씨는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복부 대동맥류 파열로 진단됐다.

복부 대동맥류 파열은 심장과 허리 아래쪽을 연결하는 굵은 동맥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대량출혈로 이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순식간에 다량의 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뱃속 시한폭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탄력성을 잃어버린 혈관벽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 외상이나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폐기종, 동맥벽의 염증 등 혈관벽을 약하게 하는 질병들이 원인이 되며, 마르판증후군 같은 유전적 질환이 있는 환자도 복부대동맥류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복부대동맥류 환자는 사전에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한다. 일단 상태가 나빠져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박동을 복부에서 감지하게 되고, 불안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대동맥류가 터질 만큼 부풀어 오르면 뼈나 장기를 압박해서 배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파열 후에는 복부와 허리에 참기 어려운 심한 통증이 생긴다.

때문에 60세 이상 노인 남성 중 흡연,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 복부대동맥류의 위험인자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 반드시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질환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이 씨에게 혈관 내 치료와 개복수술을 병행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수술법을 적용했다. 혈관대동맥 안에 풍선을 넣어 출혈을 막은 뒤 터진 부위를 인공혈관으로 바꿨다.

이후 빠른 회복을 보인 이 씨는 지난 13일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는 “대동맥류 파열이 생기면 본인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뒤따른다”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속에서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이 씨의 사명감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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