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일감 몰아주기로 3세에 ‘금수저’ 승계”

“보령제약, 일감 몰아주기로 3세에 ‘금수저’ 승계”

입력 2014-08-18 00:00
업데이트 2014-08-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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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씨 개인회사 보령수앤수 통해 경영권 공고화보령제약 등에 투자한 일반 소액주주들 피해 우려

제산제 ‘겔포스’를 만드는 보령제약으로 유명한 보령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작업이 최근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3세 경영자가 그룹의 노골적인 일감·지분 몰아주기와 이에 따른 배당금을 ‘실탄’ 삼아 그룹 지배력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18일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령의 주요 주주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지분율 45%)과 그의 아들 김정균씨(25%)다. 나머지 지분 30%는 기타 주주가 보유했다.

㈜보령은 보령그룹의 핵심 상장사인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의 지분을 각각 29.37%, 24.68%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상 보령그룹의 정점에 서있는 회사다.

보령그룹의 3세 경영자로 지목받는 김은선 회장의 아들 김정균씨가 ㈜보령의 2대 주주로 떠오른 시점은 지난 2010년 말이다.

㈜보령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기준으로 10%에 그쳤던 김정균씨의 지분율은 이듬해인 2010년 말 25%로 껑충 뛰어올랐다.

당시 ㈜보령의 주요 주주는 총 5명으로 구성됐는데 김은선 회장과 김정균씨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 3명의 지분율은 1년 새 5%포인트씩 떨어진 반면, 김정균씨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1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김정균씨가 보령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데 그의 개인회사인 보령수앤수와 보령바이오파마가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보령수앤수는 김정균씨가 지분을 100% 소유한 그의 개인회사다.

보령수앤수는 지난 2008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을 꾸준히 끌어모았다.

이에 2007년 말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보령(지분율 74%)이었으나 2009년 말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보령수앤수(65.6%)로 바뀌었고, 작년 말 기준 보령수앤수의 지분율은 96.4%까지 높아졌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김정균씨와 그의 개인회사 보령수앤수에 재정적으로 기여했다.

가령 지난해 보령수앤수는 4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보령바이오파마에 의한 지분법이익이 66억원 넘게 발생하면서 약 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보령수앤수는 약 9억원, 보령바이오파마는 27억원 이상을 현금 배당했다.

엄상열 네비스탁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보령그룹 내 상당한 부(富)가 김정균씨와 보령수앤수로 이동했다”면서 “최종적으로 김씨는 보령수앤수의 기업가치를 높여 ㈜보령과 합병해 3세 경영승계를 완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상장사인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에 투자하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우려된다.

엄 연구원은 “보령바이오파마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보령제약에 의존하고, 보령수앤수는 주력 사업이 도소매업이므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거래관계를 형성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령그룹이 상당한 사업기회를 보령수앤수와 보령바이오파마에 양보함으로써 상장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사업기회를 놓칠 수 있고, 이는 기업 손실과 소액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액은 587억원이었는데 이중 43%에 해당하는 252억원이 보령제약에 대한 매출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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