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치보기’ 관행 속 부실감사 회계법인 제재

’기업 눈치보기’ 관행 속 부실감사 회계법인 제재

입력 2014-06-22 00:00
업데이트 2014-06-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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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처벌 강화, 외부감사인 지정 확대 필요”

분식회계를 한 기업 보고서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회계법인들에 금융당국이 제재를 예고함에 따라 분식회계와 불투명한 회계 감사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젼문가들은 22일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 관계’ 청산, 처벌 강화, 외부감사인 지정 제도 확대 등을 회계법인의 부실한 감사를 막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근 효성과 동양그룹 계열사, 대우건설, STX조선해양 등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들 업체의 외부 감사인인 회계법인들의 허술한 감사가 도마에 올랐다.

기업의 분식회계와 회계법인의 부실한 감사는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 정부에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개혁안을 요구했다.

2001년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PwC가 35개국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한국의 회계기준과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분식회계와 부실 감사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분식회계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재무제표상의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면 그만큼 자금 차입이 쉽고 주가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하면 찾아내기 어렵다고 회계사들은 항변한다.

그러나 기업과 회계법인이 유착해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60개사가 동일 회계법인과 5년 이상 계약을 유지했다. 15년 이상 같은 회계법인을 고집한 기업도 있었다.

한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의 감사를 장기간 맡으면 감사인과 피감사인 사이에 담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의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사는 13년간 바뀌지 않았고 회사 측과 유착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계법인이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도 문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업들이 회계법인을 골라 감사를 맡기다 보니 회사 편향적인 감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시작부터 친기업일 수밖에 없으니 객관적인 잣대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계법인이 문제를 발견해 추가 자료를 달라고 해도 기업이 보고서 제출 마감이 임박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

한정된 파이를 많은 회계법인들이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회계법인끼리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를 싸게 해야 먹고 사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며 “기업이 좋은 평가를 해 주는 회계법인을 찾는 분위기에서 그만큼 부실한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업 결산이 12월로 몰리는 분위기 속에서 한정된 시간(1∼3월)에 많은 기업의 보고서를 봐야 하는 상황이 부실 감사를 키운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의 부실한 감사를 막으려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 대표는 “부실 감사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에 대한 법적 규제와 처벌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분식회계와 부실 회계 사례를 규정화해서 금융당국이 철저히 감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기업 눈치를 보지 않는 회계법인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지만 외부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면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의 갑을 관계를 끊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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