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포화”…보험사 해외로 눈돌린다

”국내 시장 포화”…보험사 해외로 눈돌린다

입력 2014-06-22 00:00
업데이트 2014-06-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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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생보사 80개 점포 운영…현지화 벽 극복이 과제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지점이나 현지 법인 설립 등에서 최근에는 현지 우량 보험사 지분 인수 등 방식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 진출의 성과가 그리 만족할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태국 등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국가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각국의 규제와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성 등 현지화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손·생보 80개 해외점포로 현지 공략 가속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의 외국 영업망은 현지법인과 사무소, 지점 등을 포함해 총 80개에 달한다. 손보가 52개, 생보가 28개다.

우선 삼성화재의 경우 유럽, 미국,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진출했다. 법인, 지점, 사무소를 각 7개씩 총 21개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해외시장 매출이 6천1억원으로 2011년 대비 41.9% 증가하는 등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현대해상도 일본과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 10개 현지 점포를 두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현지법인과 칭다오 지점을 통해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미국 지점은 현지인들에게 주택종합보험을 판매해는 등 현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해외 부문 수입보험료는 2006년 391억원에서 지난해 1천760억원으로 7년만에 4.5배로 늘었다.

LIG손해보험은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총 9개의 점포를 두고 해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1990년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뉴욕에 미국 지점을 설치했고 2006년에는 별도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미국지점의 경우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LIG측은 밝혔다.

동부화재는 지난주 중국 충칭시를 기반으로 한 안청사의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현지 시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9개의 외국 점포를 가진 동부화재는 안청사 지분 인수를 계기로 현지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한 영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인도네시아에 ‘메리츠코린도보험’을 설립해 화재보험, 재물보험, 해상보험, 재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현지 기업인 코린도 그룹과 합자해 만든 회사다. 메리츠화재측은 이 회사를 기반으로 동남아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미국, 일본, 영국, 중국,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 5조6천455억원 가운데 22.6%(1조2천777억원)가 해외 부문이다. 코리안리는 2050년에는 해외영업의 비중을 전체의 8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생보업계 가운데서는 한화생명의 외국 진출이 눈에 띈다. 한화생명은 2012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생보사인 물티코르를 인수한 뒤 지난해 10월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의 해외 점포망은 9개다.

삼성생명은 1994년 2월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총 14개의 외국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는 중국의 중항그룹과 절반씩 투자해 합작 방식으로 ‘중항삼성인수’를 설립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보생명도 미국, 중국, 일본에 총 4개의 점포를, 흥국생명도 중국에 1개의 점포를 구축하고 현지 영업에 나섰다.

◇ 현지 한국 기업·주재원 중심 영업…현지화 과제

그러나 한국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 성과는 그리 만족할만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각사가 앞다퉈 외국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한데다, 외국 진출 보험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등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직 이런 부분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의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 가운데 그동안 외국 진출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나 지역의 사업환경, 문화, 상거래 습성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중국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21개 외국 보험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보험을 기준으로 할 때 총 117조원의 시장 가운데 외국 회사들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이런 현지화의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 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주재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보험업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현지의 벽을 뚫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말 중국 현지 합작 생보사인 ‘중항삼성인수’의 경영에 중국은행을 참여시키기로 한 것은 외국 시장 공략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삼성생명은 2005년 50%의 지분을 갖고 이 회사를 설립했으나, 이 회사는 70여개 생보사와 경쟁을 벌이면서 50위권에 머무는 등 고전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보험 등 금융 시장이 얼마나 외국 기업에 보수적인지, 외국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며 “결국 지분 투자를 통한 점진적인 진출이나 규제를 뚫고서라도 현지 중견 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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