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무시하고 속보경쟁…한국 언론의 현주소”

“인권 무시하고 속보경쟁…한국 언론의 현주소”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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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토론회…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 지적

“우리는 재난 현장에서 마치 수사관 같다. 유가족, 실종자 가족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달려들어 질문한다. 기삿거리는 될지 모르나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한 행동이다”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한국 언론사들은 재난 현장에서 인간적 예의마저 망각한 채 마치 전쟁터의 전사처럼 속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회장은 “방송사들은 재난방송을 마치 한 편의 쇼인양 착각하고 인터넷 매체는 클릭 경쟁만 벌이며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쏟아낸다”며 “언론사들이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아 실종자나 유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언론계 인사들 역시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와 관련해 통렬한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연 선문대 교수는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에서부터, 구조된 어린이 실명을 거론하고, 학생 인터뷰에서 친구 사망 소식을 알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보도들이 이어졌다”면서 “재난보도를 할 때에는 피해자 처지에서 하는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자의 역할은 독자와 시청자의 울분을 터뜨려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재난정보를 빨리 전달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하루빨리 피해를 복구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재난상황 시 언론도 일종의 국가 방재기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한국 저널리즘의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전 대표는 “우리나라 언론이 본연의 임무인 정확성, 신뢰성, 책임성 모두를 위반했다”며 “이것이 바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우리나라 언론의 총체적 실체”라고 비판했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은 무엇보다 현장 기자에 대한 재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기자는 입사시험만 치르고 들어와서 취재보도와 관련한 이론적 교육없이 바로 현장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며 “윤리 강령이나 재난보도 준칙이 있다고 해도 그걸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 실장은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서 일부 기자들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현장 기자들에게만 쏠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사측에서) 현장 나가는 기자들에게 회사가 보호장비를 챙겨줘 봤느냐, 재난보도 매뉴얼이 있으니 참고하라고 일러준 적이라도 있느냐”며 “어린 기자들이 재난 현장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게 분명하며 이들의 트라우마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재난보도 준칙’을 언론계 공동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각 언론사는 지난 1996년 삼풍백화점 사고 1주기 때에도 대토론회를 열고 재난 보도 준칙 마련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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